매일신문

[시민기자] "영화 맘대로 보는 맛에 벌써 30년" 롯데시네마 영사기사 김병화씨

완성도 높은 이야기에 휴먼, 감동, 재미 등이 잘 버무려져 있는 영화 한 편을 관람하려면 그 전에 영사기사가 사전 모니터링을 하는 게 보통이다. 롯데시네마 대구관 영화실장 김병화(52) 씨는 영사기사 업무를 1981년에 시작, 올해로 30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다.

처음 영사기사로서 발을 들여놓은 뒤로 김 씨는 대구 제일극장, 시네아시아, 시네 준 등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극장에서 수많은 명화들을 틀어왔다.

현재 김 씨는 소극장부터 인연이 깊었던 대구지역 영사기사들과 함께 월 1회(매월 셋째 월요일) 모임을 가지고 있다. 모임에서는 실무능력을 갖춘 영사기사끼리 애로사항을 나누면서 디지털기술 등 첨단 영사기술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베테랑 영사기사인 그에게도 아픈 기억은 있다.

"한번은 되감기를 안 하고 영상을 돌려버려 영상이 화면에서 거꾸로 나오는 실수를 했습니다. 지금은 웃지만, 그땐 식은땀이 흘렀죠. 또 지난일을 들추어보면 초창기 수작업을 하던 시절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영사기 램프가 한번 꺼질 때마다 200만원씩 손실을 입었고 특히 습도 때문에 라면도 못 끓여 먹던 시절이 있었죠."

그는 요즘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영사기기에 대해 섬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손에 익은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연구에 열심이다. 미국, 일본 영사기기의 조작법이 달라 수시로 적응해야 하는 것도 직업적인 고충이다. 화면의 초점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도록 시각적인 예민함과 소리에 민감해야 한다는 점도 독특한 업무적 특징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이라면 영사기사가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영화감상도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영사기사들 근무는 2인이 한 팀으로 상주한다. 교대근무로 보통 2~4명이 일한다. 자격증이 있는 정식기사 밑에서 기술을 배우는 견습(조수)들이 있다. 전문기관이 없어, 조수로 일하며 기술을 직접 전수 받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영사기사 자격증을 소지하면 영화관은 물론 관공서나 사업체, 학교 등에 취업이 가능하다. 58세 퇴직이 일반적이지만, 64세까지 현직에 있는 베테랑 기사도 있다.

글'사진 김태양 시민기자 sun033rio@nate.com

멘토기자: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