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대구 새 야구장 건립 민간자문위원회가 열렸다. 제3차 회의였지만 자문위원이 상당수 변경'확대된 데다, 새 야구장 건립이 사실상 궤도에 올라 중요한 시점에서 마련된 회의였다.
그런데 이날 대구시로부터 위촉받은 시설, 문화'관광, 공익, 야구계 등의 자문위원은 모두 회의에 참석했으나 새 야구장의 사용'운영 주체인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삼성에서는 송삼봉 단장과 장효조 2군 감독이 새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은 상황이다.
어떤 이유로 삼성 관계자가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는지 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대구시 관계자는 "이날 서울에서 야구경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덧붙이면 그룹의 사장들이 야구를 보는데 단장이 안내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이날 경기는 일기 예보대로 비가 내려 취소됐다.)
이 말대로라면 대구시는 삼성 관계자의 참석을 위해 일주일 중 야구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만 회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건 예의가 아니며 한참 잘못된 일이다. 경기를 보고 사장을 안내하는 것이 단장의 업무이지만 이날 회의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삼성 야구팬들의 숙원인 새 야구장을 어떻게 건립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은 새 야구장 건립에 500억원을 투자, 운영의 주체가 되기에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가 의견을 듣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올해 상무로 승진하면서 프런트의 수장이 된 송 단장의 경우 이날 회의는 자문위원들과 정식으로 상견례하는 자리라 아쉬움이 더욱 컸다.
송 단장이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가 자신의 목줄을 쥔 사장들을 모시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다행이다. 대구시와 대구 야구팬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길 바란다. 최근 프로농구단 오리온스의 야반도주(연고지 이전)를 지켜봤기에 의구심이 앞서지만 송 단장의 회의 불참을 확대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바뀐 김인 사장과 송 단장의 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자연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역 야구인들은 삼성 사장이 1990년대 중반 이전처럼 서울에 상주하면서 지역 실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역 실정과 야구단의 특수성을 외면한 김 사장의 실적내기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체제 개편 후 삼성 직원들은 결제를 두려워해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린다. 자신의 결제가 실적에 누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다.
삼성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시즌 중반 선두로 나선 것은 전임자들이 시스템을 잘 갖춰놓은 덕분이지 새 집행부의 공만은 아니다. 삼성이 대구 팬들의 절대적인 성원을 받는 것도 전임자들이 지역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이다.
지금 삼성 프런트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1등할 궁리를 하는데 야구는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한다. 구시대적인 '1등 지상주의'를 좇는 것은 허무한 일이다. 제 할 일을 하고 가만히 팬이 되어 야구를 즐겨라. 연고지 시민들로부터 인심을 얻고 새 야구장을 건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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