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느 곳도 검찰편은 없었다…정치권 '檢시선 싸늘'

MB "동냥 못줄망정 쪽박 깨지 마라" 與野 "줄사표는 국민에 대

검'경 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냉소를 넘어 싸늘하기까지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수뇌부의 줄사표에도 불구하고 수사지휘권 관련 세부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바꾼 개정안이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00명 중 175명의 찬성으로 처리되자 검찰의 반발기세는 힘을 잃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등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검찰 수뇌부가 줄사표를 낸다면 국회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압박하고 나선 것도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석상인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우리 사회에 여러 갈등이 있다. 이해를 달리하는 계층 간 마찰이 일어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힘을 가진 사람들이 싸운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러한 때일수록 더 협력하고 대화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고 지혜를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옛말에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런 것을 잘 생각하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알 수 있다"며 (검찰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제4회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 개회식에 참석, 김준규 검찰총장의 영접을 받는 자리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김 총장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김 총장은 사의를 표명,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언급 외에는 검찰의 집단적인 반발기류에 대해 공식'비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 반발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시선이 부정적인 마당에 굳이 직접 검찰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 간부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형사소송법 개정안처리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표결 결과 재적의원의 대부분인 175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반대표는 10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되자 검찰의 반발은 찻잔 속의 태풍이 돼버렸다. 기세도 확 꺾였다. 여론이 검찰 편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정치권의 강경 분위기는 감지됐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검찰이 반발할 경우 국회차원에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당초 입장을 재확인했고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도 "검찰의 줄사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최고위원도 "수사지휘권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해야지 당사자인 법무부가 만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입장은 더욱 강경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검찰의 이기주의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고 정범구 의원도 "검찰이 국민과 맞짱을 뜨자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당초 합의안에 있던 검사의 수사지휘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에 반발하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할 경우, 법무부령으로 할 때보다 검찰의 입김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령으로 할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등 상대적으로 경찰의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정 가리지 않고 정치권 전체가 검찰의 반발을 '여론은 의식하지도 않는 밥그릇 다툼'으로만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