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봤다" 10년새 200배↑…웰빙 열풍에 산삼동호회 급증

중국산 장뇌삼 국산 둔갑 판쳐…국가 인증 감정서 발급 등 필요

취미삼아 산삼을 찾아나서는
취미삼아 산삼을 찾아나서는 '일반인 심마니'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년째 산을 캐온 윤영준 씨가 상주의 한 야산에서 캔 산삼(왼쪽)과 50대 여성이 구미의 한 야산에서 채취한 산삼 모습. 서광호기자

"심봤다!"

산삼을 발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친 듯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산삼을 찾은 사람들의 느낌은 각자 다르다. 눈이 번쩍 뜨이고 온몸이 전기가 통한 듯 찌릿찌릿하거나, 입이 쩍 벌어지고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는 사람도 있다.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러웠다는 사람도 많다.

산삼은 '황금빛 아지랑이'다. 황금처럼 귀하지만 아지랑이처럼 실체가 없어 손에 넣기가 힘들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고 할 정도로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가격이 비싸 선뜻 사 먹기는 힘들다. 막상 구입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시장이 없고 감정하기도 어려워 소비자들은 속기 십상이다.

취미 삼아 산삼을 찾아나서는 '일반인 심마니'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삼 찾아나서는 사람 늘어

지난달 19일 오후 2시쯤 경북 상주시 화동면 팔음산 해발 500여m 부근. 새벽부터 산을 찾은 윤영준(44'상주시 남성동) 씨는 배가 아파 적당한 곳을 찾아 쪼그리고 앉았다. 아랫배에 힘을 주며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산삼이었다. 그 자리에서 오후 7시까지 산삼 50뿌리를 캤다. 어둑해져 미처 채취하지 못한 산삼 100여 뿌리는 남겨두고 내려왔다. 윤 씨는 감정을 받아본 결과, 10∼40년 산삼이라고 말했다.

윤 씨가 취미 삼아 산삼을 캐온 지는 10년이 넘는다. 그동안 해마다 5∼10뿌리 정도의 산삼을 봤지만 100뿌리 이상 발견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채취한 산삼 대부분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는 윤 씨는 "한번은 1개월 시한부 삶을 살던 노인이 산삼을 먹은 뒤 6개월을 더 살다가 돌아가셨다"며 "욕심 부리거나 횡재수를 바라지 않고 베풀면 내가 먹은 것 이상으로 기분 좋고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김미선(가명'51'여'칠곡군) 씨는 부모 산소가 있는 구미시 선산읍 한 야산에서 산삼 140여 뿌리를 발견했다. 하루 전날 김 씨는 신기한 꿈을 꿨다. 김 씨는 "꿈에서 달마대사가 오라는 손짓을 해 옷자락을 잡고 따라가니 깊은 산속에 금색 잎 산삼이 쫙 깔려있었다"면서 "삼산전문가가 10∼50년 된 산삼이라고 감정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전문 심마니가 아닌 일반인들에 의해 산삼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는 꾸준한 산림녹화사업의 성과로 산지에 나무가 우거져 반 음지식물인 산삼이 전국에서 자생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풍기, 금산 등 인삼 재배지의 인삼 씨앗이 주위 산으로 퍼져 야생삼으로 자란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산삼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중반 웰빙트렌드와 부자 신드롬이 일어나면서 건강도 챙기고 돈도 벌 수 있는 '산삼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산삼 생산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양삼(장뇌삼) 생산량과 생산액'은 1998년에 204㎏(4천700여만원)에서 2009년에 4만2천721㎏(151억5천여만원)으로 증가했다. 생산량은 209배, 생산액은 35배가 늘어난 것이다.

◆가짜 산삼 판쳐

산삼이 늘어나는 만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전문 심마니들은 "산삼 종사자 10명 가운데 9명은 사기꾼"이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 경력의 심마니인 A씨는 "어떤 사람이 산삼과 모 산삼감정협회의 감정서를 가지고 왔는데 '65년산이고 가격은 4천5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감정결과 20년도 되지 않은 산삼이었다"며 "현재 개인 간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산삼은 수령과 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산삼 관련 일을 해온 B씨는 "일부 농장주나 업자가 인삼 4, 5년근 가운데 작은 것을 골라 산삼으로 속이거나, 인삼 1, 2년근을 산에 심어 2, 3년간 키운 뒤 산삼이라며 내다 파는 수법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중국산 장뇌삼을 보따리 장사꾼을 통해 몰래 들여와 국산 산삼으로 속여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렇게 가짜 산삼이 판치는 것은 산삼의 재배기간은 긴 반면 생존율이 낮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거래도 개인 간에 음성적으로 이뤄져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문 심마니들과 산삼 연구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문심마니협회 서민석(54) 회장은 "산림청 산하에 산삼 관련 공인된 기관을 설립해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국가 인증 감정사를 지정해 감정서를 발급하고, 산삼 재배농가를 신고제로 운영하면서 농약잔류검사를 해 산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경북산양삼연구소 서형민(37) 연구원은 "정부는 규제'관리와 함께 산삼 재배법 연구에도 예산을 투자하는 등 산업화 지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산양삼(장뇌삼): 산지에서 생산을 위해 설치하는 차광막과 이랑 등 인공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산삼씨나 인삼씨를 뿌리거나 심어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자란 삼을 일컫는다. 크게 산삼의 한 종류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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