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는 도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노인들이 소일삼아 짓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요즘에는 40대, 5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체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의 텃밭을 선호하지만 구하기 힘들다. 주말을 이용, 자동차를 타고 '가족 나들이' 삼아 텃밭에 가는 것도 좋다. 텃밭 농사의 즐거움과 초보농군에게 알맞은 텃밭 작물을 알아본다.
◇ "텃밭은 우리가족 이야기꾼"
3년 전부터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집 인근에서 33㎡(10평) 텃밭을 가꾸고 있는 곽해경 씨는 '하루 약 500원으로 온 가족이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고, 신선하고 청정한 야채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을 텃밭농사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특히 자녀들과 공통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데 텃밭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한다.
흔히 부모-자녀 간에는 성적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기 십상이지만, 텃밭농사 이야기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즐거운 주제라는 것이다. 또 학교와 학원 등 실내생활만 하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쯤 텃밭에 나가 땀 흘려 일하고, 식물을 재배함으로써 행복감과 신비로움,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대구시 북구의 자연부락 아시동에서 10년 전 텃밭을 시작해, 이사 가는 곳마다 텃밭을 가꾸고 있는 이종기 씨 역시 텃밭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족간, 이웃간 대화'로 꼽았다.
그는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면 옆집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드문데, 텃밭에서 나온 야채를 나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말문을 트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소 대화가 없는 편인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면 더욱 즐겁다고 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장호병 씨는 "텃밭을 하면서 이웃도 많이 알게 됐고, 일상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자연 속에서 달랠 수 있어 참 좋다"며 "재미있는데다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 몇 해 전부터는 아예 영천에 작은 텃밭을 구입해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99㎡(30평) 이상 꽤 큰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주말 내내 텃밭에 살기도 한다.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크게 할 필요는 없다. 16.5㎡(5평)만 해도 한 식구가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은 야채가 나온다.
◇ 초보 농군에 알맞은 채소
초보 텃밭 농사꾼들은 농사 경험이 없는데다, 장비도 부족하다. 여기에 가족들이 먹는다는 생각에 농약과 비료도 쓰지 않겠다는 자세로 시작하기 십상이다. 이런 조건에 가장 알맞은 야채는 상추다. 병해충이 거의 없어 가꾸기 쉽고, 물만 제때 공급하면 봄, 여름, 가을 내내 신선한 상추를 실컷 먹고 이웃에 인심도 쓸 수 있다. 봄에 노지에 씨앗을 파종해 장마 때까지 수확하고, 장마가 끝난 뒤 새로 파종해서 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다. 텃밭농군들은 상품으로 내다 팔 것이 아니니 농약을 쓸 필요는 없지만, 유기질 비료나 화학비료를 무작정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한다.
고추와 마늘, 무, 파, 김장배추, 감자, 고구마 등도 텃밭 농사꾼들이 즐겨 짓는 채소다. 그러나 무, 배추는 초기에 잎벌레가 많이 생기는 만큼 살충제를 쳐야 하고, 초기 한 달간 수분공급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만큼 관수시설이 돼 있지 않은 텃밭에서는 힘이 많이 든다. 겨우 자란다고 해도 물 부족으로 작황이 나쁘기 십상이다.
9월부터 재배를 시작하는 김장배추와 김장무는 상추나 봄배추, 알타리무와 달리 자기 집에서만 먹는다고 하더라도 속이 꽉 차야 하는 만큼 밑거름, 웃거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김장 무와 배추는 뿌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삽을 이용해 땅을 깊게 갈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농장비가 부족한 텃밭농군들에게는 꽤 힘이 드는 작업이다.
◇ 농기구와 비료는 어느 정도
33㎡(10평) 이내의 텃밭을 가꾸는 데는 삽과 호미 정도만 갖추면 충분하다. 밭에서 땀을 흘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만큼 삽질과 호미질은 자주할수록 건강에도 좋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밭일은 색다른 경험이자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텃밭 농군들 중에 농약을 쓰는 사람은 드물지만 화학비료를 쓰는 사람은 더러 있다. 흔히 화학비료는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화학비료는 작물에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오히려 적당량을 뿌려주지 않으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거나, 과실이 작아진다. 그러나 텃밭 농군들의 경우 오히려 화학비료 과용이 작물을 괴롭힐 때도 많다. 혹시 영양분이 적지 않는가 걱정하는 마음에 많이 주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화학비료를 많이 뿌리면 영양과다로 작물의 잎만 무성할 수 있고, 지력을 약화시켜 토양을 척박하게 만든다.
텃밭 농군들은 화학비료는 1년에 2번 정도, 33㎡(10평)에 복합비료 1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젊은 텃밭 농군들 중에는 화학비료 대신 천연비료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종기 씨의 경우 우유, 담배꽁초, 목초액, EM 발효액(미생물 발효액), 한약 찌꺼기, 충분히 썩은 나뭇잎을 거름으로 준다.
◇ 텃밭, 어디서 구하나
텃밭은 집에서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우면 가장 좋다. 그러나 그런 텃밭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자동차로 20, 30분 거리면 적절하다. 가까운 곳을 찾느라 집 근처 공원부지나 임야 등을 무단으로 점령해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불법경작임으로 피해야 한다.
주말농장은 농협중앙회와 개인,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정보화마을(초고속 인터넷 환경이 조성된 농어촌마을) 등에서 운영한다. 보통 3월에 분양을 시작하는데 선착순 마감된다. 분양 기간은 1년이며, 가격은 3.3㎡당 1만원 안팎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weeknfarm.co.kr)에서 주말농장을 검색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 산하에는 19곳의 주말농장이 있다. 달성군 8곳, 동구 5곳, 북구 3곳, 달서구 2곳, 수성구 1곳이 있다. 경북지역본부 산하에는 29곳의 주말농장이 있다. 상주 7곳을 비롯해 문경 4곳, 구미 3곳, 경산'김천'영주'칠곡군이 각각 2곳이고, 안동, 영덕, 영양, 고령, 울릉, 청도, 포항이 각각 1곳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농장별로 주로 가꿀 수 있는 작물을 확인할 수 있다.
텃밭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작물을 키울지 지금부터 슬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또 비교적 집에서 가까운 곳은 일찍 마감되므로 텃밭을 가꾸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서둘러 신청하는 것이 좋다. 대구'경북지역 정보화마을 중에도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홈페이지(tour.invil.com)를 통해 위치와 각 농장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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