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품, AS는 짝퉁… 팔고나면 그만, 서비스 실종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제품들이 가격 수준에 비해 AS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대구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제품들이 가격 수준에 비해 AS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대구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국내 명품시장이 급증하고 있다. 백화점 명품 매출은 최근 5년간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연간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상류층을 위한 소수의 상품으로 분류됐던 명품이 '대중화'라는 바람을 타고 서민들에게로 파고들고 있는 것. 심지어는 "과거에는 사회적 위치를 표현하려는 요구에 기반을 둔 명품 열풍이 불었지만 이제는 명품 소비 습관이 고착되는 일상화 단계에 이르렀다" 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명품'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애프터서비스(AS) 수준은 '짝퉁'수준이라는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명품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는커녕 '수준 이하'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 명품은 짝퉁이냐?

'명품'이라고 해서 다 같은 '명품'의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브랜드 제품이라 할지라도 백화점 매장에서 샀느냐, 아니면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구매했느냐에 따라 AS 수준이 달라진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 프랑스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구매했던 김모(32) 씨는 얼룩이 생겨 AS를 받으려 했지만 백화점 매장에서는 "AS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은 다시 인천공항 면세점으로 가져가 AS를 신청해야 한다는 것. 김 씨는 "대구에서 인천공항 면세점까지 제품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면서 "아무리 보증서를 가진 명품 브랜드 진품이라 할지라도 AS에 차등을 두는 것은 잘못된 정책 아니냐"고 푸념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 매장에서 구매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AS를 요구할 곳조차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는 그곳에서 구매한 제품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AS를 해주지 않고, 브랜드 직영 AS점은 아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최모(37'여) 씨는 미국에서 구매했던 제품의 AS를 받을 수 없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이삿짐을 싸면서 보증서까지 빼놓지 않고 꼼꼼히 챙겨왔지만, 미국 매장에서 발행한 보증서는 아무 쓸모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명품을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지불하고 구매했을 때는 제품 품질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있게 마련이지만, 서비스 수준은 동네마트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살 때만 VIP, AS는 나몰라라

하지만 백화점 매장에서 명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AS수준이 엉망이긴 마찬가지인 것.

2년 전 백화점 매장에서 시계를 구입했던 김모(29'여) 씨. 그는 배터리 교체를 위해 매장을 다시 방문했다 분통이 터지고 말았다. 배터리 하나 가는 데 5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아연실색하고 만 것. 그는 "시계전문 수선점에서 몇 천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순식간에 갈아줄텐데, 무슨 배터리 교체에 5주나 걸린다는 건지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사실 인터넷에서는 똑같은 제품을 1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었지만, 굳이 백화점 매장에서 구매한 이유는 혹시나 발생할 고장이나 수리 때문이었다는 그는 "이런 식으로 배짱영업을 할거면 누가 백화점에서 제값 주고 물건을 구매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명품 브랜드에서 핸드백을 구입했던 이모(53'여) 씨는 장식이 망가진 가방 수리를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가 "본사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2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씨는 "심할 때는 6개월까지 걸리는 경우가 있지만 장식 교체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나마 짧게 걸린다는 직원의 설명에 어이가 없었지만 결국은 맡겨두고 오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퉈 국내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는 세계 각국의 명품 브랜드들. 하지만 이들 중에서 국내 AS센터를 보유한 브랜드는 에르메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샤넬, 불가리, 버버리, 페라가모, 셀린느, 베르사체, 아르마니 등은 국내에서 AS를 하지 않는다. 극소수인 명품 AS센터도 의류 등 시즌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나 잡화의 간단한 수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내 명품 전문 수선점과 계약을 맺고 수선을 해주거나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본사로 보낸다. 물론 이렇게 될 경우는 소비자가 수선에 몇 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AS를 맡긴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비용부담은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보통 1년의 보증기간이 있긴 하지만 고객의 부주의로 발생한 문제나 소모품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40만~50만원이 넘는 명품 구두의 경우 밑창을 가는데 10만원 가까이 들고, 핸드백의 체인 등을 교체할 때는 제품에 따라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백화점 제품도 수선은 명품전문수선업체 통해

명품 브랜드의 AS 수준이 엉망이다보니 대부분의 백화점에서는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사설 명품전문 수리점과 연계해 별도의 AS망을 구축하고 있다. 대백프라자와 롯데백화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구에 진출해 있는 명품수선 전문업인 명동사와 협약을 맺고 고객들의 AS 요구를 들어주고 있는 것. 오는 8월 문을 열 예정인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아예 백화점 내에 전문 수선업체를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고객들의 AS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명동사 대구점 서범석 대표는 "워낙 브랜드 자체 AS가 되질 않다 보니 명품전문 수리업체로 이름이 난 명동사의 경우에 롯데백화점 본점과 명품관 에비뉴엘, 부산 센텀시티점,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등에도 입점해 있으며, 조만간 현대백화점 대구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문을 연 동아쇼핑점 내의 병행수입 전문 업체 '럭셔리갤러리' 역시 명동사를 비롯해 대구 수성구 홍박사 등의 전문 수선업체와 연계한 AS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백화점 매장이나 면세점, 병행수입 매장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며 불만을 터져나오기도 한다.

아예 브랜드 측에서도 전문수리점과 협약을 맺어 AS를 진행하는 경우도 꽤 있다. 국내 직영 AS를 운영하다가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자 차라리 철수하고 전문수선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있는 것. 그렇다 보니 일부 브랜드에서는 전문수리점에서 요구하는 액세서리나 장식 등 부품을 보내주기도 하는 등의 협력체계가 구축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서 대표는 "사설 수리업체이지만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다 보니 본사와의 협조도 잘 이뤄지는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은 "국내 직영 AS를 통해 서비스 수준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명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처럼 한국 내 직영 AS센터 운영 등 고객서비스를 강화를 위해 국내 소비자들의 권리 찾기 주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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