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난'(亂)을 '난리'(亂離)의 준말이라 했다. '난리'를 '전쟁이나 분쟁' 혹은 '전쟁이나 분쟁으로 세상이 어지러워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사태'라고 뜻 풀이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 '난'(亂)이 들어가는 말이나 단어는 전쟁과 분쟁 그리고 어수선하고,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데 도움되지 않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러한 '난'들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요즘 세간에서 지칭되는 '검란'도 부정적인 인상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검찰 내부의 반발과 검찰 간부들의 잇따른 사표 물결을 두고 '검란'이라 표현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법안을 지난달 30일 통과시킨 가운데 검찰 총수인 김준규 검찰총장도 사퇴의사를 밝혔고 대통령은 만류했다. '검란'이 점입가경이다.
그런데 검찰이 '검란'이란 '단체행동'으로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흐르면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이 세상 사는 이치일 것 같기도 한데, 일부 수사권에 대해 경찰과 공유 혹은 나눠 갖는 수사권 조정이 안된다고 하는 진짜 이유는 과연 뭘까.
옛날 과거급제에 해당되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검사들이 '국민을 위해'라는 명분도 아닌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 사표를 냈다면 이들의 행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소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백성들은 멍청하지 않다. 그래서 선조들은 공직자들에게 백성을 두려워할 것을 주문했다. 영남 유학의 한 축이었던 남명 조식은 '민암부'(民巖賦)란 시에서 '배는 물 때문에 가기도 하지만/물 때문에 뒤집히기도 한다네/백성이 물과 같다는 소리/옛날부터 있어왔다네/백성들이 임금을 떠받들기도 하지만/백성들이 나라를 뒤집기도 한다네'라며 백성을 물에 비유하며 백성을 위한 자세를 강조했다.
허균 역시 윗사람의 부림만 당하고 순종하는 '항민'(恒民)이나 핍박을 받아 윗사람을 원망하는 '원민'(怨民)보다, 자기의 속내를 숨기고 기회를 보고 있는 '호민'(豪民)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은 현명하다. '호민' 이상이고, 배를 띄우고 뒤집는 물이다. 검란의 끝이 뭐가 될지 궁금하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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