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류마티스 질환-③강직성 척추염

척추체 인대·관절부위에 만성염증…심해지면 허리 굳어

"눈이 아파서 안과를 찾아갔는데 류마티스내과에 가보라 하더군요." 눈이 아프고 충혈이 생겨서 안과를 찾은 강성수(23) 씨. 최근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심하고 일이 많아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포도막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포도막은 안구의 중간층을 형성하는 홍채, 모양체, 맥락막을 말하며 이곳에 생긴 염증을 포도막염이라고 한다.

강 씨는 가끔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리를 하면 허리와 엉덩이 쪽 통증은 있었지만 의자에 앉아서 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여기고 지금껏 참고 지내왔다. 그러나 책을 보기도 힘들 정도로 포도막염이 자꾸 생겨서 대학병원 안과를 찾았던 것. 하지만 의사는 류마티스내과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전문의 진료 후 진단받은 병명은 듣기에도 무서운 '강직성 척추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허리 굳어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의 어원은 '굽다, 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인 '안킬로시스'(ankylosis:현재는 융합 또는 유착이라는 의미로 쓰임)와 척추체를 뜻하는 '스판딜로스'(spondylos)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주로 천장골(엉치뼈 부위)과 척추체의 인대와 관절부위 등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통증과 함께 진행성 강직(굳어버림)을 일으킨다. 남녀 발생빈도는 과거 문헌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2, 3배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지만 최근 보고에는 남녀 발생빈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병원을 찾는 환자 중 80% 이상이 남성이다.

이는 실제 남성 환자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여성은 잘 몰라서 그냥 지내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이 있어도 여성은 질환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덜하다는 것. 증상의 발생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에 흔하며 40대 이후에는 드물다.

진단기준은 X-선 검사에서 양측 천장관절에 변화가 있으면서 만성 염증성 요통이 있는 상태. 하지만 일부만이 척추 강직이 오며, 나머지는 관절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된다. 염증조절만 잘 하면 인대가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비록 이름만큼 무시무시한 병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관절이 굳어버릴 수 있다. 진단을 받은 후 강 씨는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속의 증상들을 떠올렸다. 단순히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기 때문에 허리와 엉덩이 통증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통증이 시작된 것은 꽤 오래전이었다. 한창 대입 수험생 시절,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통증으로 허리와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던 경험, 추운 겨울 빙판길에 넘어진 뒤 엉덩이 옆쪽 통증 외에 반대편 엉덩이 통증이 계속돼 물리치료를 받았던 경험, 꾀병처럼 아침에 몸이 굳은 느낌과 함께 극도의 피로감을 지각했던 경험 등등.

◆꾸준히 운동하면 호전되는 병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훈 교수는 "증상의 발생 시기가 주로 10, 20대의 젊은 연령이다 보니 관절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상은 주로 허리, 엉덩이, 말초 관절, 발꿈치, 발바닥, 앞가슴뼈의 통증이 있으며, 관절 외 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허리통증은 엉덩이 천장관절염과 함께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염증성 허리통증으로 나타난다. 3개월 이상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특징. 특히 이런 염증성 허리통증은 아침에 심하고 뻣뻣한 강직이 동반되며 운동 후에는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허리를 삐거나 디스크(추간판)탈출증으로 생기는 허리 통증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특히 디스크탈출증(흔히 허리디스크)의 경우, 운동을 할수록 아프지만 염증성 허리통증은 운동을 하고 나면 오히려 덜 아프다. 아울러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팔다리 등의 말초 관절염이 나타날 수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달리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며,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잘 생긴다.

또한 발꿈치, 발바닥, 앞가슴뼈의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인대나 힘줄이 뼈에 붙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골부착부염으로 통증이 발생하며, 초기엔 척추염 증상 없이 첫 증상으로 이런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밖에 포도막염도 흔한 증상이고, 폐섬유화, 아밀로이드증, 대동맥판막기능부전증, 심전도장애, 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장기를 침범할 수도 있다.

◆조기 치료로 골격 변형 막아야

염증성 허리통증이 있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또 허리가 굽는 정도를 재는 쇼버검사(Schober's test) 등으로 관절의 운동 범위를 측정하기도 한다. 골반 X-선 검사에서 천장관절염에 해당되는 징후를 확인해 진단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질환 초기에는 단순 X-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최근에는 CT, MRI와 같은 영상검사의 도입으로 훨씬 빠른 시기에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강직성 척추염 검사로는 유전자검사가 도움이 된다. 유전자 검사로 'HLA-B27' 유전자의 유무를 검사하는 것.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90% 이상이 'HLA-B27'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일반인 중에 이 유전자를 가진 비율은 약 4%. 하지만 이들 중 10%에서만 발병한다. 아직 이에 대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통증과 염증 억제를 위한 항염증제(NSAIDS)가 기본적으로 쓰인다. 최근 연구 결과 단순한 통증 조절의 효능 외에 지속적인 항염증제의 복용이 질병의 진행을 확실히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임이 인정됐다. 아울러 최근 류마티스 질환에서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생물학적 제재인 '항종양괴사인자 차단제'(TNF 억제제)도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

그러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을 완화시키고 척추 및 관절이 굳지 않도록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은 개인 상태와 근육의 이완(스트레칭) 정도에 따라 다르다. 수영이 이상적인 운동이며,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연결돼 굳어버리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가 올 수 있다. 척추 운동이 어려워지고 등이 앞으로 굽으며 목도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강직성 척추염을 예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발병 후 척추가 굳거나 골격이 변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즉 조기 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 운동 및 생활 습관 바꾸기만으로 충분히 정상인과 같은 생활과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은 허리를 한 번 쫙 펴보는 것이 좋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 및 퇴행성관절염 전문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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