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당기고 호기심도 당기는 점심특선 웰빙비빔밥
정가가 육천 원이라……잠시 망설이다
사천 원짜리 그냥 비빔밥으로 낙찰을 본다
문자 받고 가야 되나 말아도 되나 머리 굴리다가
찾은 고등학교 동창 초상집에
미리 준비해간 부의금 삼만 원
다른 녀석은 대개 오만 원이고 십만 원도 했다는데
잠시 망설이다 돌아서서
슬그머니 이만 원을 더 보탠다
이천 원의 내핍과 이만 원의 체면
스스로 쩨쩨해지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자유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아
그래서 늘 부자가 부럽기는 부럽다
이런 개별적인 고심 한두 번 안 해 보신 분 있을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경제논리. 요즘 아이들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빈부의 격차를 가진다 하니, 스스로 선택한 삶도 아닌데 출발부터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성 싶다. 어떤 대졸 실업인은 '티끌모아 티끌'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말로 현대를 빗대기도 하였으니.
그러한 시대, 한 변방에서 시를 기록하고 시를 보급하고 또 시를 해석하며 시 사랑을 실천하는 이 과묵하고 우직한 시인에게 언젠가부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가 보내온 첫 시집이 반갑고 그 시집 안에 비빔밥과 부의금 봉투를 놓고 망설이는 시인의 모습이 재미있다. 그거 바로 내 얘기 아닌가싶어 솔직한 모습에 저어기 정감을 느끼는 바.
주머니 속에서 저울질하는 그 내용 다소 겸연쩍지만, 이 정도는 애교있는 일상이라 치부해도 되겠다. 부자들도 그 갈등에선 절대 예외가 아니니, 그거 쩨쩨한 일 아니니, 부끄러운 일 더욱 아니니. 그냥 우리 오늘도 내일도 넣었다 뺐다 갈등하며 어여쁘게 살면 어떨까. 그것까지 포함하여 삶이고 인생이니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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