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복지 경쟁'이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급식, 무상 의료 등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복지 정책을 모두 시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대 60조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기획재정부가 집계했다.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복지 정책의 시행에 필요한 재정 규모를 정부가 추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60조 원은 큰돈이다. 올해 국가 연구 개발(R&D) 예산 14조 원의 4배가 넘고, 정부 전체 예산 309조 원의 5분의 1에 달하며, 보건'복지'노동 관련 예산 86조 원의 4분의 3에 육박하는 규모다. 만약 60조 원을 복지에 추가로 투입할 경우 내년 복지 예산은 올해의 1.7배에 달하는 146조 원으로 불어난다. 국가 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는 재정 형편에 비춰 매우 큰 부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복지 지출을 늘리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회 양극화로 중산층이 급감하고 계층 이동이 가로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정부 부문의 복지 지출 증가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가 재정은 그런 복지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빚을 내 복지 지출에 충당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후손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

결국 현재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 정책을 모두 시행하기는 힘들다. 사실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 정책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전략의 성격이 짙다. 정책의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심사숙고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정책을 모두 시행할 경우 나라 살림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복지정책이 부분별한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먼저 필요한지, 재원 대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정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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