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민심이 뿔났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무산이나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실패뿐만 아니라 믿고 밀어준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날로 어려워지는 서민경제에 대한 아픔의 발로인 것이다. 그러나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둔 현 정부로서도 특정지역을 집중 후원하는 것이 쉽지 않고 또 중앙의 산적한 현안해결에 묶여 우리 지역을 둘러볼 겨를도 없다. 차제에 대구경북 지역민은 집권 지역으로서의 혜택을 기대해서도 안 되고 또 중앙정부의 사업에 숟가락 놓는다는 비난도 떨쳐버리고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설계하여야 한다고 본다. 지금껏 중앙정부의 무관심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방자치제 채택 이전보다 이후에 급격히 경제력이 쇠약해지고 있다면, 이는 지자체 자체의 문제도 없지 않은 것이다.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 접근이 필요하며, 타 지역과 차별화되고 독창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정책을 연구개발하여야 한다. 그동안 대구경북은 스스로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독자적인 브랜드화 하는데 미흡했다. 현재 우리 지역은 높은 교육열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고 산업화 초기부터 시작한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대구는 늘 최첨단 산업과 참신한 기치를 내걸었지만 청년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유능한 사람들은 떠나고 있다. 멀리보다 당장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일본 소재기업 도레이의 구미지역 유치는 이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소섬유 클러스터 구축을 원하는 그들은 '사람'이 탐나 이곳에 투자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혹자는 내륙에 위치한 대구권의 폐쇄성과 수송수단의 한계를 지적하나 이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내륙에 위치한 공업단지가 세계적으로 즐비하며 또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일 때도 구미공장은 수출실적을 선도하였다.
건강의료산업, R&D산업, IT'게임콘텐츠 산업 등의 유치도 중요하나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조그마한 함평에서 나비축제로 사람을 불러 모으듯 아이디어가 좋고 독창적이라면 발전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의료관광 유치의 경우도 외국 굴지의 관광사와 협력하여 대구에 성형수술을 하러 오는 과정에 구미에서 전자제품 쇼핑을, 안동과 경주에서는 전통문화 체험을, 포항에서는 요트나 어업체험 등을 연계하여 상품개발 한다면 더 큰 성과를 얻을 것이다. 최근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모여 협력과 상생을 논의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서로 협력하면 몇 배의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니 늦었지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지역의 발전을 이끌 원동력은 사람이다. 이처럼 중요한 사람의 육성을 대구경북의 틀에서만 설계되고 성장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곳의 학교와 지자체가 합심하여 젊은이들에게 전국적이거나 국제적인 감각을 익히도록 도와야 하고 우리 지역 출신으로 외지에서 성공한 선배들로부터 수시로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멘토-멘티 사업을 추진하여 자신감과 희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한다. 대구경북의 경제를 두고도 적용될 듯싶다. 마냥 중앙정부만을 보고 그들만을 탓하면서 나의 용서를 구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우리 고장은 우리가 살려야 하며 지금이라도 대구경북이 합심하여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서영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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