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개별 사업장에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면서 유명무실했던 노동위원회가 날개를 달았다.
그동안 노동위는 노-사 간의 조정'중재 등이 주요 업무였고, 구속력이 없는 형식적 권한만 있었다. 하지만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노-노 간 갈등까지 중재할 수 있게 된데다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라 나름 구속력까지 가지면서 막강한 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노동위원회가 칼자루를 쥐었다"는 시샘 어린 시선과 "심술궂은 시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동위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교섭대표 노조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특히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노-노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노동위의 결정이 구속력을 가지는 제도적 장치도 위상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실제 노동계에서는 엇비슷한 규모의 복수노조들이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과반수 노조 자격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위는 교섭단위 분리 권한도 갖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별도의 노조를 만들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규정에 포함될지 여부를 노동위가 결정하게 된다.
교섭대표 노조가 불공정 교섭을 할 때도 노동위가 나서서 조정할 수 있다. 경북노동위 관계자는 "노동위가 과거에는 노-사 간 갈등을 중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노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노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위 권한이 커지는 데 대해 노동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존 업무에다 노-노 간 일까지 맡으면서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해 아직은 인력과 행정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북노동위는 조사관 3명이 복수노조 업무를 맡기로 했지만 노-노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 이 인원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오는 형편.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문용선 사무처장은 "노동위 권한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노-노 간 문제에 관이'감 놔라, 배 놔라'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박진강 정책교육국장은 "노동위가 그동안 사 측의 주장을 많이 받아들였다는 의혹이 있다. 좀 더 중립적인 기관으로 거듭나야 노동자들이 신뢰를 보낼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 정종승 위원장은 "복잡한 갈등의 상황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노조들이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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