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무게중심이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4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친박 성향 인물 위주로 완벽하게 재편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드디어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당이 됐다"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관계기사 3'4면
이날 전당대회에서 범 친박 성향을 보인 홍준표 신임 대표최고위원은 대의원과 당원, 청년 선거인단 투표(70%) 및 일반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가장 많은 4만1천66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친박계 단일 후보인 유승민 후보는 3만2천157표를 얻어 2위에 오르는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다. 홍 대표의 1위 당선은 친박계의 '두번째 표'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친이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원희룡 후보는 2만9천86표로 4위에 그쳐 친이계의 쇠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3위를 차지한 중립 성향의 나경원 후보(2만9천722표)와 5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남경필 후보(1만4천896표) 역시 친박 조직표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이번 경선을 계기로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는 확실히 드러났다. 이날 선출된 대표'최고위원 가운데 나'원 후보를 제외한 3명에다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7명 중 최소 5명이 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직전 지도부에서 안상수 전 대표를 비롯한 친이계 최고위원이 4명이었던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유 후보의 2위 당선은 당심이 차기 권력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 후보 역시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2등 비결에 대해 "박근혜 후광효과"라며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대의원이 표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승민 후보의 지지자들과 함께 앉아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박 전 대표는 환한 표정으로 "모두 다 축하드리고 새 지도부가 당을 잘 이끌어 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전대에서 마지막 연설에 나선 후보들은 한결같이 박근혜의 표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호적 환경 조성에 힘입어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한층 가벼워질 것이다. 친이계의 '태클'은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당장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친이계가 당의 중심으로 있던 때와 같은 부담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여론의 풍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자칫 급하게 전면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승리의 짐을 박 전 대표가 한몸에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 총선 정국이 본격 전개되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홍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새 지도부는 5일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업무를 개시했다. 이어 여의도당사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향후 당 운영방안 및 진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홍 대표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비롯해 후속 당직 인선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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