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바보 코리아, 비바(VIVA) 대구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앤디 킴(한국명 김종훈) 씨는 최근 애틀랜타를 비롯한 미국 교포사회 신문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를 의뢰하는 자료를 보냈다. 그는 또 애틀랜타타임스, 뉴스앤포스트, LA 헤럴드경제 등 미국 현지신문에도 2011 세계육상대회 홍보협조를 요청했다.

앤디 킴 씨가 2011 세계육상대회 홍보에 나선 것은 대구시 김 모 사무관의 편지를 받고 나서다. 김 사무관은 "미국의 유명한 TV 퀴즈 프로(제퍼디)에서 부산이 있는 나라를 맞히는 문제가 나왔는데 출연자 모두 한국을 몰랐다"며 지인 700여 명에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러그, e메일을 통해 2011 세계육상대회의 홍보를 간절히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몇 단계 거쳐 김 사무관의 편지를 받아 본 앤디 킴 씨는 2011 대회 홍보대사가 된 것이다. 그는 대구시가 미국에서 2011 세계육상대회 홍보를 원하면 현지교민회를 연결해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2011 대회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대회 주최국인 우리 나라에서도 무관심할진대 하물며 해외에서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2005년 6월로 돌아가보자. 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위원회가 발족했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그게 무슨 대회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세계육상대회가 연인원 65억 명이 TV로 시청(2005년 헬싱키 대회)한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 바깥에서도 대구가 대회 유치를 꿈꾸자 반응은 냉담했다. 육상경기라면 내세울 게 별로 없는 데다 서울도 아닌 지방도시에서 유치할 수 있겠느냐며 "세상 물정을 그렇게도 모르느냐"고 했다. 대구시와 유치위원회는 대회 유치를 위해 정부에 인력과 예산, 후원사 선정을 도와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단일 종목이어서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결국 '우리 힘으로 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는 러시아 모스크바도, 호주 브리즈번도 아닌 '대구, 코리아'가 환호를 질렀다.

반면 정부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강원 평창에 대해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6일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으로 날아가 유치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경제계 수장들이 현지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전 때와는 정부의 태도는 사뭇 딴판이다.

2011 세계육상대회는 지금까지도 정부로부터 버림받다시피 하고 있다. 대구시와 조직위, 대구경북 시도민만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물론 2011 세계육상대회 명목으로 도심환경개선, 하천정비 등에서 정부 예산지원이 있지만 이 사업들은 실제 2011 대회와는 관련이 없다. 대회가 없었더라도 언제가는 해야 할 사업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2011 세계육상대회 글로벌 후원사들도 대회 홍보와 활용에 소극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대회 후원사로 선정된 후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쳐 방콕을 중심으로 태국에서 가전제품 판매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스포츠마케팅의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삼성전자가 2011 세계육상대회 활용에는 소극적이다. 포스코, 도요타, 아디다스, 시노펙 등 세계 굴지의 후원사들도 2011 세계육상대회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다. 정부의 무관심때문일까. 강원 평창의 동계 올림픽유치에 혹시라도 장애가 되기때문은 아닐 것으로 본다.

앞서 얘기한 앤디 킴 씨는 2011 세계육상대회는 세계 만방에 '코리아'(Korea)와 '대구'(Daegu) 브랜드를 알릴 절호의 기회인데 한국 정부가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각국 대사관을 통한 홍보, 한국관광공사나 코트라(KOTRA) 해외지사 등을 통해 홍보기회가 많은 데도 손놓고 있다는 것이다. 2011 세계육상대회는 올해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이고 연인원 80억 명이 TV를 통해 대회를 지켜보게 돼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과 대구로 집중된다. 세계적인 대회를 유치하는 목적은 대회 효과를 통해 실익을 챙기려는 것이다. 대회만 유치해 놓고 과실은 따먹지 못한다면 이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대회 때 베를린 시장과 우사인 볼트 선수가 베를린 장벽에 사인을 하고 세레모니를 한 것이 3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2011 대회를 대구에만 맡겨놓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바보 코리아'에서 '비바(VIVA) 코리아, 비바 대구'로 달려가자.

이춘수(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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