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값을 봐라?

지금은 병석에 누워서 힘든 하루하루를 지내시는 우리 어머니, 평생을 근검절약하면서 사셨지만 당신께서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을 살 때면 이왕이면 값이 좀 더 나가는 것을 택하곤 하셨다. 그러면서 "야야, 물건을 모르면 값을 봐라"고 하셨다.

우리의 생활이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시장경제에서 생산자가 값을 매겨놓은 대로 인정하는 것 같다. 이런 태도는 소비생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람을 볼 때도 소위 말하는 스펙이나 외형적 모습에 따라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최근 끝난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주최국 러시아를 제치고 주요 부문에 가장 많은 다섯 명이나 입상할 만큼 한국인의 음악적 기량은 대단하다. 특히 성악을 예로 들면 베이스 강병운을 비롯하여 소프라노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등 이미 알려진 소프라노 트로이카 외에 차세대 수많은 성악가들이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다. 최근 혜성과 같이 나타난 한국인 성악가 중 이용훈이란 테너가 있다. 평소 인터넷을 통해 떠오르는 젊은 한국인 성악가를 즐겨 살피던 중 그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땐 그리 대단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하였다. 그 후 이용훈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성공적 연주를 하였고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데뷔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메트로폴리탄과 라 스칼라 극장이 어떤 곳인가? 전 세계 음악인이 꿈꾸는 최고 권위의 양대 오페라 극장이 아닌가?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던 이용훈이란 테너가 최고 권위의 극장에 섰다는 사실만으로 갑자기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것이었다. 다시 그의 노래를 들어보니 같은 사람이 부르는데도 예전과 달리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의 안목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하고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지역문화예술계에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명성과 이력에 눈이 가려 정말 보석과 같은 많은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자꾸만 다른 쪽을 계속 살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금만 다듬으면 크게 빛날 원석을 그냥 평범한 자갈밭의 돌덩이로 보진 않았을까?

지금은 작고하신 모 성악가는 일본 유학시절 관계자의 눈에 띄기 위하여 오페라 연습 중 일부러 틀리는 등 돌출행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다시 한 번 마음을 열고 자신과 주위를 둘러봤으면 한다.

대구는 공연장과 시스템에 대한 인프라는 많이 갖추어진 것 같다. 결국은 사람인데, 많은 예술인들이 희망과 꿈을 가지게끔 예술행정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매겨진 값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반성하며 또 소망해본다.

김형국 성악가'아미치아트컴퍼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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