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학동' 김봉곤씨 '훈장과 악동들' 영화 제작

예의 잃은 아이들, 회초리 대신 메가폰

'청학동 훈장' 김봉곤 씨가 최근 메가폰을 잡고 '훈장과 악동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수염을 기르고 상투를 튼 '청학동 훈장' 김봉곤(44) 씨가 '유쾌한 사고'를 쳤다. 생애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고 영화에 도전한 것이다. 영화 이름은 '훈장(訓長)과 악동(樂童)들'. 김 씨는 영화감독에다 주인공 훈장 역에 카메라 워킹, 편집까지 1인 다역을 하며 영화를 진두지휘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영화 시사회를 전후해 홍보 역할까지 맡고 있다.

아이들의 예절을 가르치던 그가 왜 영화에 뛰어들었을까. 그는 한마디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라고 요약했다. "갈수록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잖아요. 누구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투자와 실천은 미흡하죠. 우리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영화 제작이라는 도전을 했어요. 사람들은 예절'인성 교육을 왠지 딱딱하고 지루한 것으로 여기죠. 영화를 통해 이런 교육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요."

이번 영화는 교육 다큐멘터리다. 출연자는 김 씨와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한민족예절학교'에 입교한 전국에서 모인 50명의 초등학생이다. 가식이나 연출된 장면 없이 2010년 12월 25일부터 2011년 1월 9일까지 보름간 꼬마 학동들이 엄격한 예절교육을 받는 과정을 담았다. "3년 전부터 영화 제작을 마음먹고 6개월 정도 메모를 하면서 구상했어요. 처음에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지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요. 하지만 감독으로 승부를 보려고 연출을 맡은 것은 아니고요. 늘 해오던 교육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기 때문에 편하게 촬영했어요."

처음 도전하는 영화 제작이라 어려움도 적잖았다. 무엇보다 카메라 3명, 보조 1명 등 스태프 4명만으로 학생들의 리액션을 모두 잡아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스태프 인원이 너무 적어 이동하거나 촬영하는 데 생고생을 했다는 것. 편집 한 컷 한 컷도 직접 고르는 열정을 보이다 보니 편집에만 4개월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년 동안 훈장으로 지냈지만 배우로서의 그의 연기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한국문화학교에서 1년간 공연예술아카데미를 다니며 연극 무대에도 많이 올랐다. "배우 유호성 씨와 권혜효 씨도 한국문화학교 출신으로 제 동기입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연극과 방송 활동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지요."

90분 동안 펼쳐지는 영화는 우리에게 가족애를 말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효와 예절교육, 인성교육, 전통문화, 자연학습 등 5개의 큰 기둥이 있다고 했다. '내가 세상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부모이고 두 번째 만난 사람은 형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우리 가족이야'라는 메시지가 영화에 나온다. "모두 바쁘게 사니까 놓치는 것이 많아요. 가족도 물론이거니와 더불어 사는 데 가장 필요한 예절도 마찬가지죠."

영화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고 한다. 감동이 있어 영화가 끝나고나서 우는 관객이 많다는 것. 그는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이야기하셔요. 이번에 영화가 잘 되면 2탄도 생각하고 있어요."

한편 영화 '훈장과 악동들'은 대구에서는 11일 오후 4시 동성아트홀(중구 동성로1가)에서 시사회를 하고 8월 중 전국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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