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은 독자 여러분들이 평소 갈고 닦은 문학 실력을 자랑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감성이 듬뿍 담긴 시나 시조, 동시나 삶의 애환이 어린 수필이나 일기 등을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수필이나 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매 분량입니다. 매주 백일장 장원을 선정, 롯데백화점 10만원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자신의 문학 작품을 발표하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보내실 곳=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문화부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43
지난주 당첨자=조선희(대구 수성구 지산동)
♥그렇습니다.
시골 오일장! 산나물도, 텃밭 남새도 적막함이 싫었을까요? 땅의 기운을 깨고 나온 상추며 돌나물, 멀쑥하게 자란 쑥들이 사람냄새 일렁이는 장터까지 나들이를 했습니다. 난전에 좌판을 벌여놓고 푸성귀를 팔고 있는 할머니가 삭정이 같은 손으로 마른 얼굴을 비벼댑니다. 장터 바닥을 돌아다니던 바람 한 자락이 할머니의 푹 꺼져 버린 앞가슴을 훑고 지나갑니다. 앞서가던 아내가 할머니의 난전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부추며 깻잎 뭉치에다 목 잘린 무청 시래기 한 줄을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팔순의 시골 친정 엄마가 생각난다며 자꾸만 주워 담습니다. 시장바구니 배가 금세 남산만 해집니다. 허리통 굵은 아내를 닮았습니다. 쭈글쭈글한 할머니 얼굴이 환해집니다. 거북등처럼 갈라졌던 내 마음도 말끔하게 때워집니다. 좁아터진 장터 골목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지천입니다. 갑자기 신경림 시인의 '파장'(罷場)이 생각납니다. 그렇습니다. 못난 놈들은 그저 얼굴만 봐도 흥겹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뻐기며 목에 힘주며 살았습니까? 체면 벗어던진 장터에서 만난 민얼굴들은 보기만 해도 정겹습니다.
김성한(경산시 옥곡동)
♥시내버스 예찬론
그러니까 벌써 5개월째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한 지가. 그러고 보니 그 옛날 왜 내가 그렇게 긴장 속에 핸들을 잡고 승용차를 손수 운전했는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몇 해 전 승용차 10부제와 더 나아가 요일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알게 된 시내버스의 안락함과 편리함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까마득한 날 콩나물시루 속에 사람을 실어 나르던 시내버스의 모습은 이제 영화 속에서나 볼 수가 있게 되었다. 요즘 시내버스는 냉난방 장치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고, 내리고 탈 때 바닥에 미끄럼 방지 안전장치는 물론, 손잡이가 키 높이에 맞추어져 있고, 승객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 운전기사님의 친절함 속에 매일매일 시내버스의 매력을 느끼곤 한다. 또한 내가 타고자 하는 시내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까지 알려주는 최첨단 장치가 정거장마다 설치되어 있다.
난 오늘도 단말기에 카드를 대고 자리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다본다. 직접 운전할 때는 보지 못했던 도시의 낭만과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버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린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그리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는 학생들, 힘겹게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아낙네, 직장을 향해 몸을 실은 샐러리맨들. 모두가 오늘도 저마다 바삐 움직이느라 시내버스 안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아침과 저녁 버스 속은 대다수가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이른 오후쯤이면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의 차지다. 밤늦은 시간에는 간혹 취객을 만나기도 하지만 승객들에게 한바탕 웃음만 선사할 뿐 그저 우리의 이웃이나 다름없다. 난 내일도 오늘처럼 시내버스를 탈것이다. 가끔 학생들은 날 보고 "선생님은 왜 버스를 타고 다니세요?"라고 묻는다. 그 말 속에는 '자가용이 없어요?' 아니면, '운전 면허증이 없어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씩 웃고 만다. 시내버스를 타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의미를 담은 미소를 말이다. 직장 동료들도 버스에서 내리는 내 모습을 보고는 묻는다. "왜 버스를 타고 다니느냐고?" '불편하지 않으냐?'는 의미를 담은 물음이다. 그럴 때도 역시 난 웃고 만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을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르듯이 시내버스를 타보지 않은 사람에게 아무리 시내버스의 매력을 설명해도 알 턱이 없기 때문이다.
성백광(대구 북구 구암동)
♥길을 가다 연인들을 만나면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길을 가다 연인들을 만나면 가벼운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길을 가다 맞은편에서 예쁜 연인 한 쌍이 오면
내가 먼저 작은 미소 한번 던져 주세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거나 목례를 해주면 더욱 좋구요.
겉 사랑이나 사랑인 척 하는 게 아닌
예쁜 연인들이라면 밝은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누구나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거나 질시하거나 시기하거나 꼽게 보지 말고
예쁘게 봐주십사 부탁드려요.
사악한 인간이라면 사랑 같은 걸 하겠어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사랑, 겉 사랑을 할는지 몰라도)
진짜사랑, 속사랑을 하는 예쁜 그들을 걸고 넘어져선 안 되겠죠?
길을 가다 예쁜 연인들을 만나면 가벼운 미소 한번 던져주세요
부탁드려요
그러면 그들은 더욱 힘이 나
원래 우리 세상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더욱 정감 있고 윤택하고 윤기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꾸밀 겁니다.
아셨죠?
예쁜 사랑을 하는 그들을 예쁘게 봐주셔야 한다는 거.
진짜사랑을 하는 그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건, 우울한 얼굴을 하게 만드는 건
우리들의 책임이 크답니다.
길에서 밝은 미소를 띤 연인들을 보면 힘이 나지 않으세요?
연인들이 있음으로 해서 세상은 비로소 제 모습을 찾는 것이랍니다.
촉촉하고 생기 있는 세상.
변창훈(경남 거창군 거창읍)
♥슬픈 그리움
엄마의
가슴 속에는
슬픈 강이 있다.
속으로 속으로만
고요히 흐르는
초록 새순이
새옷으로 갈아입고
봄 잔치에 가자고 기별해 오면
엄마 속 강둑에선
슬픈 노래가 아지랭이 되어
피어 오른다.
수 십년 전 떨어져 간 살점 하나
세월이 더할수록 깊어만 지고
흘러도 흘러도 바다엔
닿지 못하는 시린 상처의 강
제 무게를 못 이겨 터져 버리는 날엔
죽음보다 더 심한 몸살을 한다.
퍼내도 퍼내도
다시 솟는 울분
혼자서만 간직해 온
하얀 슬픔
까만 그리움.
최순단(대구 수성구 만촌2동)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