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사뭇 느낌이 새로울 때가 있어요."
백왕기(53) 대표는 남산동 자동차 골목에서 3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한 1세대 주인이다. 그는 이곳에서는 '백박사'로 통한다. 전국적으로도 몇 안 되는 차량 에어컨 수리 전문가이기 때문. 사람들은 백 대표는 폐차 직전의 차량일지라도 에어컨은 새 차처럼 만들어낸다고 칭찬한다.
백 대표가 에어컨 전문가가 된 데에는 에어컨 장착을 도맡아 했던 경험 덕분이다. 그는 군대를 제대한 24살때부터 자동차 수리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가 서서히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당시 판매되는 차량에는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에 따로 에어컨을 장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백 대표는 일본 등에서 고철을 가져와 차량에 에어컨을 직접 달았다. 그는 "초기 차량에는 에어컨을 달 공간이 없어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그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도 에어컨을 분해해서 새로 달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됐다"고 웃었다.
80년대 자동차 수리는 차량 시트에서부터 타이어 휠, 에어컨까지 모든 것을 카센터에서 새롭게 만들어 장착해야 했다. 백 대표는 "처음 내가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가게는 10군데도 채 되지 않았다"며 "당시 시트를 만드는데 15만원을 받았는데 에어컨은 콤프레셔 하나 교체에 14만원이나 받을 만큼 고부가가치였다"고 털어놨다. 2월부터 9월까지 일감이 넘쳐났던 것. 에어컨을 고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백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로 지금까지 에어컨만 고치고 있다.
백 대표는 한국산 차량인 포니가 나오면서 에어컨 수리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했다. 따로 에어컨을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
백 대표의 우수한 실력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소비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완성차 회사의 A/S 센터에서도 에어컨 고장을 처리하지 못하면 '남산동에 가면 고칠 사람이 있다'고 말해줄 정도라고. 백 대표는 "얼마 전에는 평택에 있는 카센터에서 전화가 왔다"며 "에어컨이 고장 나서 고쳐야 하는데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다며 묻더라"고 웃었다. 전화를 통해 그가 조언한 덕분에 평택의 카센터 직원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에어컨만 전문적으로 수리하다 보니 백 대표 가게는 겨울이면 손님이 뚝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남산동 자동차 골목에서 계속해서 에어컨 수리만 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요즘은 차량 품질이 좋아서 사고가 나지 않는 한 크게 수리할 일이 없다"며 "하지만 에어컨은 특화된 분야인 만큼 내가 힘이 다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수리할 생각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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