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강 이남 최대, 부품·정비 관련 "한번에 OK!"…남산동 자동차 골목

남산동 자동차 골목은 서울 장안평거리를 제외하고는 한강 이남 최대규모의 자동차 골목이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남산동 자동차 골목은 서울 장안평거리를 제외하고는 한강 이남 최대규모의 자동차 골목이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약전골목, 자동차골목, 인쇄골목, 미싱골목….'

대구에는 유난히 이름난 골목이 많다. 전통 도시에서 근대화를 거치면서 골목이 상권의 중심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 골목들은 1960, 70년대 대구 경제 성장의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산업공단과 대형 유통단지들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명맥을 잃어왔다. 그러나 도심 재정비 등 현대화 사업과 상인들의 노력이 맞물려 되살아나는 '골목'이 점차 늘고 있다.

2011년 변하고 있는 대구의 골목들을 찾아봤다.

"없는 부품이 없다. 못하는 수리가 없다. 바가지가 없다."

대구 중구 남산동 자동차 골목은 '3무(無)'로 표현할 수 있다. 명륜삼거리~명덕로 일대(400여m)의 자동차 수리 전문 가게 70여 개가 입점한 이곳은 전국에서 서울 장안평거리를 제외하고는 한강 이남 최대규모의 자동차 골목이다.

◆중고차량 부속상에서 명품 자동차 골목으로

남산동 자동차 골목은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근대 골목이다. 1968년경부터 명덕네거리 주변에 자동차 중고 부속상이 생겨나면서 부속품 판매 및 자동차 수리를 했으며 1978년 도로가 확장 개통된 후 남문시장에서 명덕네거리 일원의 골목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련 점포들이 모여들어 오늘날의 상가가 형성됐다. 이것이 남산동 자동차 골목의 시초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한 로얄모터스 이재복(50) 대표는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이곳에는 버스정류장과 '고려자동차 중고상사'도 있었다"며 "수리하러 오는 차량 종류들은 '브리샤' '마크5' 등으로 택시가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 골목이 형성됐을 때 이곳은 에어컨을 비롯해 시트커버와 액세서리 등 자동차 부품 및 정비 관련업체 80여 곳이 모여 있었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 다른 지방에서도 발길이 잦았다.

남산동 자동차 상가 번영회 김수재 회장은 "가게들이 모여들면서 웬만한 자동차 수리는 한 곳에서 가능해졌다"며 "운전자 입장에서는 여기저기 발품을 팔 필요 없이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수리할 수 있어서 골목이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활황이던 자동차 골목도 2000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금융 위기와 함께 잠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 업주는 "한때는 점포마다 5, 6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드나들 정도로 번영했지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위기를 겪은 가게들이 많았다"며 "상인들이 서로 골목을 살려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골목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골목을 살린 것은 바로 지난해 치른 '남산동 모터쇼'였다. 자동차 골목 상인회에서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치른 '2010 제1회 대구 남산동 모터쇼'는 전국 최초로 야외에서 열린 순수 민간 주도 행사였다. 이 모터쇼는 대구 자동차 부품 산업의 번영과 올바른 튜닝문화 정착을 위해 이틀간 대구 중구 남산동 자동차골목에서 펼쳐졌다. 총길이 400여m, 면적 4천800여㎡에 이르는 로드 전시장에서는 8대의 슈퍼카를 포함해 총 36대의 차량들이 전시됐다. 첫해 행사에서 4만 명이 찾는 등 큰 효과를 거뒀다.

남산동 모터쇼 조직위원회 백왕기 부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남산동 자동차 골목'이라는 곳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1억5천만원 상당의 예산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자동차 골목의 제2도약

자동차골목은 지난해 성공적으로 치른 모터쇼 분위기를 올해도 이어갈 생각이다. 이번 로드쇼를 '남산동 자동차 골목 제2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 특히 올해는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 날짜에 맞춰 9월 3, 4일 개최해 대구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홍보를 펼친다. 김수재 상가번영회장은 "이번에는 미군으로부터 미군차량과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협찬받을 계획이다"며 "지난해 모터쇼의 성공을 지켜본 대구시와 중구청이 일부 예산 지원까지 약속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터쇼와 함께 중구청의 골목 환경 개선 사업이 이달 초 마무리된 점도 자동차 골목을 새롭게 했다. 도로 포장과 가로수 단장, 인도 정비 등은 골목을 찾는 이들을 한결 편하게 바꿔놨다. 남산공영주차장은 부족한 주차공간 해소에도 도움을 줬다. 중구청 관계자는 "중구의 대표적인 명물거리 중 하나인 남산동 자동차 골목이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이 같은 민관의 적극적인 활동은 자동차 골목만이 가지는 장점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수재 회장은 "이곳은 동종 가게들이 몰려 있어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전문성이 더욱 극대화되는 등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며 "무엇보다 투명한 가격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낸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3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자동차 골목에 대해 상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자랑한다. "우리들은 손님을 대할 때 항상 이곳에 3가지가 없다고 강조한다. 없는 부품이 없고 못하는 수리가 없고 바가지가 없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