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불국사가 토함산 석굴암 근처에 석굴암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석굴암사료관' 건립을 10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돼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2001~2003년 문화재청과 불국사가 유적 보존과 관객 접근성 확보 등을 내세워 추진하려다 유적 파괴를 우려한 전문가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 경주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어서 10년 만에 재추진되는 석굴암사료관 건립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2석굴암 논란 빚었던 사업
불국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석굴암사료관 건립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불국사는 1997년 10월 "석굴암 참배객과 관람객이 너무 많아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날로 훼손돼 가고 있다"면서 언론에 건립 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요구를 받아들인 문화재청은 지난 2002년 2월 4일 건립계획을 공식발표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52억원을 들여 현재의 석굴암에서 동남쪽으로 100m 떨어진 진현동 계곡에 지상 1층, 지하 1층의 '석굴암 역사박물관'을 그해 5월에 착공해 2005년 개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미술사학회, 환경운동연합 등 23개 학술단체 및 시민단체들은'석굴암 토함산 훼손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강력히 반발하는 등 찬반 논란이 거셌다.
1년여 논란 끝에 문화재위원회는 2003년 4월 7개 분과위원장이 참석하는 합동회의를 열고"석굴암 역사유물 전시관 건립의 필요성과 취지는 인정되지만 현 계획안의 전시관 위치는 부적절하다"며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위치를 포함한 건립규모, 모형재질 등 제반사항에 대해 재고하겠다"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잠잠하던 석굴암사료관 건립계획은 올해 최광식 문화재청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불씨가 붙었다.
지난 4월 불국사를 방문한 최 청장에게 사찰 쪽이 필요성을 거론했고, 최 청장은 10년 전 당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주시와 불국사는 2001년 당시의 사업계획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으며, 문화재청은 내년 예산에 타당성 검토와 공청회 등의 예산을 반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제2석굴암 명칭은 와전된 것"
이 사업과 관련해 '제2석굴암' 명칭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경주시는 이제껏 공식명칭인 '석굴암사료관'에 대해 '제2석굴암'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군위군의 군위삼존불을 제2석굴암으로 알고 있는데 경주시가 그 명칭을 왜 도용하겠느냐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석굴암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은 언론들이 석굴암사료관 건립을 언급하면서 관심유발을 위해 제2석굴암을 건립한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김기열 경주시 문화관광국장은 "석굴암사료관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다 해도 '제2석굴암'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라며 "우리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석굴암 사료관 건립은 군위의 제2석굴암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석굴암사료관 건립 가능성은
불국사와 문화재청 측은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으로 인해 원형 훼손의 위험에 처한 석굴암 보존과 국민 관람권 보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경주시는 더 적극적이다. 경주시 문화재과는 "석굴암 훼손 방지를 위해 유리를 통한 외부관람만 허용돼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어왔다"면서 "문화재를 깊게 공부한 학자들은 석굴암의 뛰어난 예술성을 알지만 일반 관람객들과 외국인들은 '십일면관음보살상'이나 '제자상' 등 뛰어난 조각품들과 내부의 분위기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알 수가 없어서 무척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람객들에게 석굴암과 같은 1대1 모형실을 관람하고 본존불을 관람했을 경우 그 느낌이 2배가 된다는 게 경주시의 건립 추진 배경이라는 것. 경주시는 석굴암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 찾아오고 싶은 문화재로 알리고 싶은 게 사료관 건립을 추진하게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10년 전보다는 반대 여론도 약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당시 문화재위원회의 유보 결정은 건립위치가 현재의 석굴암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이어서 경관파괴 등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만큼 석굴암의 경관훼손을 피해 건립위치를 정할 경우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황석호 경주시 문화재과장은 "내년에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타당성 조사에서는 10년 전 건립 계획과 상관없이 완전히 원점에서 출발해 위치와 규모 등을 새롭게 검토하는 만큼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면서 "석굴암 본존불 보존에 큰 해를 끼친다면 사업을 못하겠지만 주변 환경 훼손이 염려돼 반대를 한다면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년 전 '문화재 가치의 진수인 진정성(眞情性)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개발'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 온 일부 학계인사 및 시민단체들은 이번에도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운동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주변 경관에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존권고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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