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9·88' 꿈이 아닌 보통의 삶…'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문제

100세 수명시대…100세 대구경북만 257명, 최대 150세 생존 주장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년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진은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년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진은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
올해 101세인 신임이 할머니. 100세가 넘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동네 어귀를 산책할 정도로 정정하다.
올해 101세인 신임이 할머니. 100세가 넘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동네 어귀를 산책할 정도로 정정하다.

신임이(대구시 중구 대신동) 할머니의 올해 나이는 101세이다. 100세가 넘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동네 어귀를 산책할 정도로 정정하다.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하고 혈압이 높은 것만 빼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 최근 몇년 동안 감기 한 번 앓지 않았다. 18년 전 백내장 수술을 받고 90세가 되던 해 맹장수술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병원 신세도 진적이 없다. 기억력도 좋다. 손자들이 언제 결혼을 했는지, 집을 누구에게 팔고 어디로 이사 갔는지 과거사를 물어 보면 마치 어제일처럼 술술 대답을 한다. 신 할머니에게 장수비결을 여쭤보니 "그저 밥 잘 먹은 것 빼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했다. 요즘에도 신 할머니는 하루 세끼마다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울 정도로 식성이 좋다.

신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 이길춘(75) 씨는 "아마 채식을 좋아하셔서 오래 사시는 것 같다. 어머님은 고기뿐 아니라 생선도 비린내 난다고 잘 드시지 않았다. 2~3년 전부터 생선을 겨우 입에 대기 시작했을 정도로 채식을 즐겼다"고 말했다. 아들 김영근(75) 씨는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덕을 베푸는 것 같다. 부모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만큼 자식에게 기쁜 일은 없다. 노모를 모시고 산 덕에 상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영근 씨는 2001년 보화상(효행부문)을 받았고 19세에 시집와 지금까지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있는 이길춘 씨는 2006년 대한노인회'현죽재단이 수여하는 현죽효행상을 받았다.

장수의 상징,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0세 이상 고령자는 1천836명(남자 256명'여자 1천580명)이었다. 2005년 961명에 비해 무려 91%(875명)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 당 100세 이상 고령자 수도 2005년 2명에서 3.8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100세는 천운을 타고 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고 식생활 문화가 개선되면서 100세 문턱이 낮아져 100세 시대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 눈 앞에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를 조명했다.

◆100세 인구 현황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경기도다. 경기도의 100세 이상 인구는 360명으로 서울(270명) 보다 많다. 경북은 135명, 대구는 56명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각각 5위와 13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 당 100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제주도가 15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이 전남 9.4명, 전북 8명의 순이었다. 경북은 5.2명, 대구는 2.3명으로 각각 6위와 15위에 올랐다.

대구시와 경북도 자료에 따르면 100세 이상 고령자는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올해 초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경우 88명(남자 13명'여자 75명), 경북은 169명(남자 23명'여자 146명)으로 통계청 수치보다 높았다. 수치 차이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100세 이상 인구 파악의 어려움이 꼽힌다. 대구시 관계자는 "10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상당수가 주민등록상 나이와 실제 나이가 차이가 난다. 과거에는 출생 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나이보다 주민등록상 나이가 많거나 주민등록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정확한 통계를 내기 위해 주민등록상 나이와 실제 나이, 주변 사람들의 말 등을 종합해 의심스러운 사람을 제하는 방법으로 100세 이상 인구를 집계했다. 교차 검증에 충실했기 때문에 통계청 자료보다 더 신빙성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자료에 따라 100세 이상 인구분포를 지역별로 분류해 보면 대구의 경우 수성구가 25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이 동구 15명, 북구 13명, 남구 12명, 달서구 8명, 중구'서구'달성군이 각 5명의 순이었다.

경북은 경주시가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포항시 18명, 영주시'문경시가 각 13명, 안동시'예천군'울진군이 각 11명, 구미시'경산시 각 10명, 상주시'의성군이 각 8명, 김천시 7명, 영천시'영덕군'칠곡군'봉화군이 각 5명, 청송군'영양군'성주군이 각 2명, 군위군'청도군이 각 1명이었다. 고령군과 울릉군은 100세 이상 고령자가 1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간수명의 한계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1971년 62.3세에서 1989년 70.8세, 2009년 80.5세로 늘어났다. 남자의 평균 수명은 1971년 59세에서 1989년 66.8세, 2009년에는 77세로 늘어났다. 여성의 평균 수명은 1971년 66.1세에서 1989년 75.1세, 2009년에 83.8세로 증가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00세 시대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20년이면 우리나라도 사실상 100세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의 평균 수명은 우리나라 보다 더 길다. 이미 일본은 최빈사망 연령(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이 92세에 이르렀다. 미국에는 100세 이상 고령자가 7만2천여 명, 일본은 3만6천여 명 있다.

그러면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어날까? 한계가 있다면 인간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인간수명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인간의 한계수명은 120세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대다수 동물들은 성장기간의 6배 이상을 살지 못한다는 것이 근거다. 사람은 20세까지 성장하는 만큼 120세까지 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최장수 연령도 122세다. 프랑스의 잔 칼맹 할머니는 1875년 태어나 1997년까지 122년간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의학 발전으로 인간 수명이 120세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전자 연구를 통해 난치병을 치료하고 노화를 억제하면 인간 수명을 150세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지난 2000년 미국에서 흥미진진한 수명 논쟁이 벌어졌다. 텍사스대 노화연구재단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가 한 학술지에 "획기적인 생의학 발전이 일어나 2150년까지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펴자 생물인구 통계학자인 일리노이대학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가 "인간의 생체 매커니즘을 억지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결국 과학 사상 최대 판돈을 건 내기를 했다. 각자 150달러씩 내서 150년간 주식시장에 묻어두기로 한 것. 현재와 같은 추세로 주가가 상승하면 150년 뒤 이 돈은 5억달러로 불어난다. 2150년에 150세 인간이 출현하면 오스태드의 후손이, 그렇지 않으면 올샨스키의 후손이 그 돈을 차지하기로 했다.

◆100세 시대 축복인가, 불행인가

통계청이 올봄 100세 이상 고령자 1천529명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질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질병 종류로는 치매(33.9%)가 가장 많았고 골관절염(28.9%), 고혈압(17.3%), 천식 및 기관지염(6.3%), 중풍(2.8%)의 순이었다. 기본적인 일상생활 수행 능력도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8.9%가 세수'양치'머리감기를 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50.5%는 옷갈아입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96.3%는 돌봐주는 사람이 있었다. 수발자로는 자녀 및 그 배우자가 56.5%로 가장 많았고 간병인 등 유료수발자(32.1%), 손자'손녀 및 그 배우자(8.6%)의 순이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전국 1천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0세 시대가 축복인지에 대한 질문에 40.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100세 시대에 대한 국가적 대비 정도에 대해서도 '잘 돼 있다'는 응답은 7.5%에 불과했다. 100세 시대에 가장 걱정되는 문제(복수 응답)로는 건강(89.2%)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생활비(76.8%)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준비되지 않는 100세 시대는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래 사는 것은 비용 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대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과 국가의 공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근 하나은행 대구중앙지점 PB부장은 "건강이 우선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꾸준한 건강관리와 함께 노후 40~50년을 바라보는 재무설계도 필요하다"며 "80세를 전제로 하는 것과 100세를 전제로 하는 생애 재무설계는 차원이 다르다. 소득은 하루 아침에 증가하지 않는다. 같은 소득으로 늘어난 노후 기간만큼 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젊은 나이에 일찍 노후설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을 100세 시대에 맞게 재구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정부는 노후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성을 위해 평균 수명 80세를 가정한 현재의 공적연금 수급부담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80세 시대의 고령화 대책도 충분히 세우고 있지 못한 상태다. 100세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80세 대책부터 공고히 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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