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일요시네마 '가타카 ' 10일 오후 2시 30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완벽한 조건의 아이들만 태어나는 그리 머잖은 미래, 하지만 빈센트는 부모의 사랑에 의해 잉태된 이른바 '신의 자식'이다. 그러나 이름만 신의 자식일 뿐 실상은 수많은 결함을 안고 태어난 하등인류에 지나지 않는다. 빈센트의 부모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빈센트의 동생이 태어날 때는 유전공학의 힘을 빌리게 되고, 이렇게 유전적으로 완벽한 빈센트의 동생 안톤이 태어난다. 형제는 나이가 들면서 바다에 나가 수영시합을 하곤 했는데 결과는 당연하게도 매번 안톤의 승리였다. 동생에 비해 모든 것이 부족한 빈센트였지만 그에게도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 어느 날 우연히 수영시합에서 안톤을 이긴 빈센트는 집을 떠나 전국을 떠돌며 잡역부 일을 하다 우주개발기업 가타카에 청소부로 취직한다. 빈센트는 열성인자의 집합체인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중개인을 찾아가고, 그를 통해 왕년의 유명한 수영선수 제롬 유진 모로를 만나게 된다. 제롬은 비록 사고로 불구의 몸이 되긴 했지만 유전자만큼은 그 누구보다 우월했기에 그것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빈센트는 고통스러운 성형과 학습과정을 이겨내고 제롬의 신분을 사칭하여 가타카에서 고속승진을 거듭한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 갑자기 살인사건이 터지고, 동생 안톤이 경찰이 돼 나타나자 빈센트가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른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 여자친구 아이린과 제롬의 기지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빈센트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타이탄 행 우주선에 몸을 싣고는 말못할 감회에 젖어든다.

인간성을 경시하고 완전함만을 미덕으로 숭배하는 비정한 전체주의 사회에서 보잘것없는 결함투성이의 한 인간도 꿈을 꿀 수 있고, 또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진리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화려한 특수효과나 스펙터클한 볼거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과학문명과 전체주의 계급사회에 대한 냉소와 풍자, 나아가 인간애와 신학적 윤리의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빈센트 역을 맡은 에단 호크의 절박한 연기는 보는 이를 영화에 몰입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차분한 카메라워크로 암울하고 쓸쓸한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묘사하면서도 메마르고 절제된 대사, 단순하기까지 한 실내공간을 통해 비정한 사회에서 거세된 태생적 약자들의 아픔과 꿈을 성찰하고 있다. 러닝타임 108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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