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사 수십t 새벽 주택가 밀려와 잠자던 주민들 대피 소동

파동 터널공사 현장, 배수로 막아 골목 침수…주민 "공사장 관리허술"

10일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폭우로 대구 4차 순환도로 터널공사 현장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하수구를 막아 황토물이 역류해 골목길이 침수되자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긴급 복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0일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폭우로 대구 4차 순환도로 터널공사 현장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하수구를 막아 황토물이 역류해 골목길이 침수되자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긴급 복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0일 오전 4시 대구시 수성구 파동 4차순환도로 터널공사 현장. 9, 10일 대구를 강타한 '물 폭탄'에 수십t의 토사가 쏟아져 내리면서 인근 주택과 골목길을 덮쳤다. 파동 10통 주민들은 물난리에다 난데없이 토사가 덮치자 황급히 바깥으로 뛰쳐나와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터널공사 현장에서 물과 흙이 물밀듯이 내려와 골목과 주택은 아수라장이 됐다. 나무토막 등 부유물이 섞인 물과 토사가 뒤범벅이 돼 골목은 진흙 천지로 변했다.

주민 박용경(54) 씨는 "새벽 4시쯤 물소리가 워낙 크게 들려 나와 보니 마당까지 물이 가득찼다"며 "마당으로 들어오는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떠내려온 흙과 부유물은 4차순환도로 파동~범물동 터널공사 현장에서 생겨난 것으로 시간당 27㎜의 강한 비가 내리자 흙이 떠내려와 배수로를 막았고 넘쳐난 물과 흙이 주택가로 밀려들었다.

이 때문에 수성구청 공무원과 건설업체 관계자 수백여 명은 굴착기, 청소차, 소방차 등을 동원해 하루 종일 흙을 퍼나르고 골목을 씻어냈다.

주민들은 시공사의 공사장 관리 허술을 따졌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도 쌓아둔 토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번 사고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박모 씨는 "지금까지 비가 와도 흙이 떠내려오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비가 내리면 흙이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불안해했다.

이에 대해 공사 업체 관계자는 "흙 일부를 포장으로 덮어뒀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 흘러내린 것이다. 배수로의 관로를 용량이 큰 것으로 교체하고, 배수로 방향도 주택가가 아닌 다른 쪽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9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동 동촌유원지. 사이렌을 울리며 황급히 지나가던 동구청 재난통제차량의 확성기에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유원지 내 상인과 주민들이 모두 뛰쳐나왔다. 강물이 유원지 둔치 대부분을 뒤덮어 강변도로 1~2m 부근까지 차올랐기 때문.

이곳 한 모텔 주인은 "9일 오후 3시쯤부터 강물이 급격히 불어났다"며 "식당가에서 음식을 먹던 시민들도 황급히 피했다"고 전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9일 오후 3시 40분쯤 금호강 동촌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동촌지점 수위가 주의보 발령 기준(5.5m)에 임박했기 때문이다. 수위는 계속 상승해 30분 후엔 5.5m를 넘겼고, 이내 5.88m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후 8시 30분쯤에서야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수위가 5.5m 아래로 내려가 홍수주의보는 해제됐다. 하지만 다음날인 10일 오전 8시 30분쯤 동촌지점 수위가 5.5m를 넘겨 홍수주의보가 재발령됐다가 오전 11시쯤에 수위가 6.15m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수위가 낮아져 오후 1시 20분쯤 해제됐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양회(42'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2003년 태풍 '매미' 이후로 별다른 비 피해가 없었는데 깜짝 놀랐다. 강물이 더 차오르면 바로 대피할 수 있도록 식당 집기류를 정리해 뒀다"고 말했다.

이창환'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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