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어 먹는 비빔밥처럼 대구경북이 서로 섞이고 힘을 모아 함께 발전합시다."
지난해 7월 23일 칠곡군 동명면 대구은행연수원.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시'도 국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 53명은 1박 2일로 '대구'경북 공동발전전략 대토론회'를 열었다. 시'도 공무원들은 토론 뒤 '지역 현안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대구시'경북도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고 상생 발전을 결의했다.
시'도 수뇌부가 머리를 맞댄 것은 지난 1981년 경북도에서 대구시가 분리된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상생 발전을 소리 높여 외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빔밥'이 되지 못하고 서로 '따로국밥'이다.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심지어 갈등양상까지 보이며 시'도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상생보다는 우리만 잘살자
대구와 경북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투자유치다. 양측은 지난해 SK케미칼 백신공장 유치를 두고 경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SK케미칼 백신공장 유치에 공을 들였는데, 다른 지자체도 아닌 경북 안동이 가져가 적잖이 섭섭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펄쩍 뛰고 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경북은 2007년부터 백신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오히려 대구시의 유치를 방해한 것처럼 소문이 나 당혹스럽다"면서 "대구시가 SK에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SK케미칼은 바이오산업의 발전잠재력이 높은 안동에 투자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구와 경북은 '물 전쟁'도 벌이고 있다. 대구 수돗물 오염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대구시는 취수원의 낙동강 구미 상류 지역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북도와 구미시는 해당지역과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경북도와 구미시는 "대구시는 취수원 이전계획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부터 해버렸다"며 "갈수기 유지수 부족에 따른 하천 생태계 파괴와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주민피해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
경북도청 부지 개발방안을 두고도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시가 이곳을 교육문화공간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지 경북도는 "경북도청이 이전도 하지 않았는데 부지를 교육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꼬집었다.
서울 출신의 한 단체장은"시'도의 입장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을 풀려는 자세가 전혀 안 돼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시장, 도지사의 인식전환이 선결과제다"고 꼬집었다.
◆대화채널도 없이 남탓만
시'도가 공동으로 인선에 관여하는 기관단체장의 경우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선임을 두고 대구시 관계자는 "현 청장 이상의 역량을 가진 인물을 구하기가 어렵다. 인선 권한이 아무리 경북도에 있지만 도가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북도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부지개발이 전혀 안 돼 있다. 어떻게 투자유치를 하느냐"고 섭섭해했다. 반면 경북도는 "현 청장이 대구에 편향돼 있고, 경북도를 위한 투자유치에는 소극적"이라며 교체를 결정했다.
대구 북구 학정동 한국한의학연구원 분원(한의기술응용센터) 부지 매입, 매각을 두고도 시'도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시는 2009년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분원설치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북개발공사 소유인 북구 학정동을 사업부지로 선정했다. 시는 경북개발공사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너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경북도가 방조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반면 경북개발공사 측과 경북도는 대구시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제시한 금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부지는 경북도로부터 현물출자 받은 재산인 만큼,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매할 수가 없다는 것.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를 두고도 양측의 앙금은 깊다. 경북도는 대구시가 과학벨트 유치에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섭섭해하고 있다. 동남권 신국제공항 유치의 경우 경북은 498만 명의 서명을 받아 유치에 힘을 보탰는데도 대구는 과학벨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불만이다.
'물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물포럼(2015년) 대구경북 유치도 시'도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세계물위원회이사회는 오는 10월 모로코에서 2015년 세계 물포럼 개최지를 최종 결정한다. 경북도는 대구시와 행사비용과 인력 등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합의했지만 컨벤션센터가 있는 대구시가 물포럼 효과를 더 보는 데도 유치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홍철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은 "동남권이나 충청권은 단합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이 끝간데 없이 다투고 경쟁하다가는 가장 낙후지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춘수'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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