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元 최고, 그런 말할 자격있나…저의가 불순"

한나라 원희룡 최고위원 '영남권 중진 물갈이론' 주장 vs 지역 다선

지난 7'4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친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영남권 중진 물갈이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자기희생이 없는 보수를 국민이 선택해 주겠느냐"며 물갈이 필요성을 언급한 것처럼 비치자 대구경북 중진 의원들이 발끈했다. 원 최고위원은 그런 발언을 할 자격이 없고 저의도 불순하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4선 중진인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갑)은 "원 의원의 발언은 정당정치의 기본인 대의정치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국회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당 지도부에 출마하겠다는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고, 의회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분이 당의 공천권을 휘두르겠다는 발상이 자기희생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수가 전쟁터에 나가 싸워 이길 생각은 않고 장수만 고르겠다는 생각은 개혁의 이름으로 시도되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당 대표를 노리다가 4위로 미끄러진 이유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3선의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은 "당이 다음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좋은 새 얼굴을 많이 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어디까지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며 "굳이 영남권 중진만 바꿔야 한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고, 당의 쇄신을 위해 원칙과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하려는 것은 민주당세가 커졌기 때문(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석이 113석 중 78석)"이라며 "못마땅한 것은 MB가 힘쓸 때에는 아무 말도 않다가 집권 말기가 되니까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구태"라고 지적했다.

4선의 이해봉 의원(대구 달서을)은 "(원 의원) 본인의 불출마도 (서울시장 출마 등) 명분이 곱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인위적인 물갈이라는 것이 결국 국민의 뜻이냐. 유권자의 뜻에 따라 선출직이 나오는데 먼저 지역 민심부터 새겨들어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한편 원 최고위원의 영남권 중진 물갈이 발언의 무게중심에는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의장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2008년 4월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런 이야기에 구애받지 않겠다. 내 기준이 있고, 내 지역구가 있다"고 못박았다.

중진들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지역구에서 오랜 기간 정치를 해온 다선 중진들이 변화를 위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양보하고 희생하고 헌신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는 형편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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