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공 원인을 설명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채택되는 방식은 '뛰어난 경영자론'이다. 전형적인 예가 애플의 성공 스토리다. 애플의 성공은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있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움직임을 명료하게 파악하려는 성향, 곧 단순화해서 보려는 심리적 작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라케시 쿠라나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최고 경영자의 행동이라기보다 개개인의 지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업계 및 경제 전체의 성과 같은 외적 요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성공에 대한 설명에서 영감을 불어넣는 지도자의 능력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그런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인물을 상정하지 않고서는 복잡하고 거대한 조직이 어떻게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결국 우리가 대단한 개인이라는 렌즈를 통해 기업의 성공을 바라보려 하는 것은 심리적 편향과 문화적 믿음의 산물이라는 것이다.('상식의 실패' 던컨 J. 와츠)
잡스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성공이 이를 잘 말해주지 않는가. 이런 설명은 자명한 듯하지만 사실 알려진 결과에 맞춰 특정 전략이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하는 사후 판단 편향에 불과하다. 이런 편향은 그럴듯해 보이는 원인을 제외한 가능성 있는 다른 모든 원인을 머리에서 지워버린다. 그렇다면 잡스는 경영 능력이 탁월해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탁월한 경영자가 된 것일 수도 있고 그의 성공의 진짜 원인도 남이 사니까 나도 사는 따라하기 심리 등 전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어떤 결과가 특별한 개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은 결국 우리가 세상이 그렇게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의 작용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언론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의 '영웅 만들기'에 한창이다. 그 영웅은 김연아와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이다. 마치 이 두 사람이 없었으면 유치가 불발됐을지도 모른다는 투다. 과연 그럴까. 물론 두 사람의 역할도 컸다. 하지만 그것은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개인이 역사의 흐름을 결정짓는다고 믿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된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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