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20년 된 지방의회, 환골탈태해야 한다

1991년, 30년 만에 부활한 지방의회가 우리와 함께한 지 20년이 되었다. 지방의회는 당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닻을 올렸다. 이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역주민을 위해 무료봉사한다는 취지였다. 무보수 명예직 의원제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6년에 양질의 의정활동을 위해서 유급제로 바꿨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광역의원 761명과 기초의원 2천888명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는 연간 1천300여억원이 되며, 이는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고 있다.

유급제 도입 후 지방의회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과거와 비교했을 때 주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 같다. 물론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전반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중앙정국의 불안이 지방으로까지 파급되는 현상을 최소화시키고, 지역사회 안정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제적인 성장과 주민복지향상에 전력할 수 있었던 점 등은 높이 평가되며, 또한 접근하기 어려웠던 관청이 친절한 공무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과 건천에 물이 흐르고, 시민의 쉼터인 공원이 많이 탄생하고, 악취나는 하천을 정비하여 쾌적한 환경조성 등 도시 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는데, 정당 공천 과정에 불미스러운 이야기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또한 통계에 의하면 선거법 위반과 각종 이권개입 등으로 사법처리된 의원은 1기에 78명이었으나 4기에는 395명, 5기(2006년 7월 ~ 2009년 12월) 217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한 예로 지난 지방의회 임기 중 전국 지방의원 10명 가운데 1명이 비리에 연루되어 사업처리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구광역시의회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성하여야 한다.

대구를 사랑하는 뜻있는 시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구가 안고 있는 큰 문제는 한마디로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정 정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 때문에, 대구발전을 위해 크고 작은 보탬이 있었거나 온몸을 던져 일하겠다는 의지 없이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 쉽게 당선되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와 집행부가 힘을 모아 대기업인 삼성LED와 일본 스미토모 화학의 합작회사 본사,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IHL 유치와 국책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뇌연구원, 대구R&D센터 등을 유치한 것은 대구의 미래를 밝게 하는 좋은 업적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 3호선의 경전철 도입은 대구의 흉물로 남을까 봐 대다수 시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균형된 감각 없이 외지 업체들에게 고층 아파트 건설을 허가하여 대구를 온통 시멘트 숲으로 만든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형 백화점이 대구에 쉽게 진출하였고, 심지어 도심에 진입하고 있는 백화점은 교통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과소비를 부추기고 역내 자금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할 것이다. 뮤지컬 전용극장, 종합야구장 입지 선정은 시민의 여론과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회와 집행부는 250만 시민의 우려를 극소화시키는 합리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아 아쉽다. 의회는 정책이 결정되기 이전에 집행부와 대화하고 토론하여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확실하게 견제하여야 시민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영남권 신공항 무산, 과학비즈니스 벨트 유치 실패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물거품된 것은 과학적, 합리적, 조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여 예견된 결과물이다. 어느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여 직위를 던진 자가 없었다. 초라하고 작은 모습은 우리에게 더 큰 실망감을 주었다. 환골탈태하길 바랄 뿐이다.

지난일들을 반면교사 삼아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차분하고도 치열하게 준비하여, 패닉상태에 빠진 대구시민들께 꿈과 희망을 주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 시대적인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늘 같은 생각만 하다가는 100년이 지나도 같은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면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 250만 대구시민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최백영(대구시의정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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