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친견

달라이 라마께서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중국의 한 감옥

에서 풀려난 티베트 승려를 친견했을 때의 일이라고 한

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느냐는 물음에 승려가 잔

잔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고 한다. '하마터면 저들을 미

워할 뻔했습니다그려' 그러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승려

의 두 손이 가만히 떨렸다

  이시영

 

 

요즈음 우리의 현실에서 스승은 참 아픈 존재이죠. 참다운 스승 한 분을 이 시에서 만납니다. 이 시대는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스승은 스승을 기리는 참된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 아닐까요. 달리 말하면 스승이 가까이 있어도 무지몽매로 인하여 내가 그를 알아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 말입니다.

'다람살라'는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 끝자락에 위치한 산간지역으로 달라이 라마가 이끈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곳이에요. 인도나 티베트는 어쩌면 인간이 남겨둔 마지막 성지 같은 곳 아닐까요. 위의 시처럼 감옥에서 막 풀려나온 티베트 승려의 말씀이 나태와 불신으로 가득 차 걸핏하면 남의 탓으로 돌리기 잘하는 제게 죽비처럼 내려옵니다. '하마터면 저들을 미워할 뻔했'다는 말씀, 이어 '두 손이 가만히 떨렸다'는 묘사.

아름다움은 순간에 형성되는 게 아니겠죠. 저 오랜 믿음 그리고 선행이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흘러나와 찌든 영혼들을 어떻게 적셔 주시는지, 더하여 왜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보도록 하시는지. 그런데 우린 뭘 보고 있었던 걸까요. 어쩌면 스승은 저토록 우리 가까이 계시는데 말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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