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 아물지 않을 상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남편과 자식 잃은 슬픔을 잊을 수 도, 이길 수도 없습니다. 이제 능소화를 심어 하늘이 정한 운명을 거역하고 우리 다시 만날날을 기다립니다. 봄꽃지고 다른 꽃 안필때 능소화는 붉고 큰 꽃망울을 터뜨려 당신을 기다립니다. 꽃 귀한 여름날 그 크고 붉은 꽃을 보시거든 저인 줄 알고 달려와 주세요. 우리는 만났고 헤어지지 않았습니다.'(소설 '능소화' 중에서)
안동 강남동사무소가 지난 4월 안동시 정상동 성희여고에서 귀래정까지 2km의 도로변 양쪽에 조성한 '사랑의 능소화 꽃길'에서 최근들어 짙은 주황색빛의 큰 꽃잎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강남동사무소가 지주목을 세워 심은 400여 포기의 능소화 덩쿨이 자라나면서 붉디붉은 꽃잎을 터트린 것.
능소화 꽃길은 지난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택지조성 때 조선 명종때 사람 이응태(1556~1586)의 묘에서 출토돼 한국판 사랑과 영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이엄마 편지와 미투리'에 얽힌 한 여인의 애틋한 사랑과 가슴 절절한 그리움을 오롯히 담아낸 것이다.
능소화 꽃길은 둑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도심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평소 부부와 가족, 연인들이 산책이나 운동하러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특히 이 주변에는 '400년전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인 원이엄마의 애절하고 가슴 저미는 사랑을 알리기 위해 조성한 '원이엄마(아가페상) 동산'과 '귀래정', 원이엄마의 미투리 등을 형상화해 경관다리로 세운 '영가대교'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혜민(32'안동시 정상동)씨는 "언제부턴가 길섶으로 짙은 주황색빛을 띤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원이엄마가 먼저 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지내던 세월 자신의 무덤에 심어 꽃 피면 남편이 찾아 줄 것을 염원했던 애틋함이 담겨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여인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범교 안동시 강남동장은 "부부와 같이 이 꽃길을 걸으면 부부사랑이 더욱 돈독해지고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애틋한 부부사랑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원이엄마의 편지글'은 영국에 본부를 둔 고고학저널 엔티쿼티 표지글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이를 소재로한 소설 '능소화-4백년전에 부친 편지'(조두진 작), 영화 '우리 만난적 있나요', 오페라 '원이엄마'(예술 총감독 안동대 박창근 교수), 무용극 '원이엄마'(안무 안동대 정숙희 교수), 안동호 월령교 등 다양한 문화컨텐츠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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