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라인 거래 이후 텅 비어가는 객장, 뭐하지…

증권사들 리모델링 고민

'공간 활용'이 금융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11일 이전 개점한 우리투자증권 성서지점.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위해 기존에 있던 객장을 없애는 대신 세미나실 등을 갖췄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곡동 우리투자증권 성서지점 이전 개점식.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증권사의 대표 공간으로 꼽히던 객장이 사라진 것. 이전하기 전 우리투자증권 성서지점은 전체 400㎡ 공간의 절반 정도를 객장으로 활용해왔다. 이전과 함께 객장을 없앤 이유는 이용객이 많지 않은데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 이곳 관계자는 "HTS 등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주류인데다 객장에 앉아 증시 현황을 지켜보는 고객이 거의 없어 객장을 없애는 대신 여유 공간을 휴게 장소나 세미나실 등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공간 활용'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은행에서는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등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굳이 지점에서 은행원들과 대면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증권사 역시 HTS의 등장으로 커다란 전광판을 갖춘 객장이 불필요한 공간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공간 활용은 인력 관리와 직결된다. 대구은행은 최근 공간 활용과 관련해 전략적인 접근에 나서는 등 전력을 쏟고 있다. 임원 일부가 해외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다음 달 출국을 앞두고 있는 등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이곳 관계자는 "스마트폰뱅킹, 인터넷뱅킹 등 IT와 관련해 세계적으로도 선두에 있는 국내 사정상 해외 시찰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도 있지만 객장을 찾지 않는 고객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인력 활용과 채용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

HTS 등 기술의 발달로 증권사 지점도 상담 용도로 바뀐 지 오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에서 HTS를 비롯해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무선단말기를 이용한 주문 체결량 비중이 8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뱅킹의 역할도 한몫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인터넷뱅킹 등록고객 수는 6천905만 명(중복가입 포함). 인터넷뱅킹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4천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도 423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2% 늘었다.

사정이 이렇자 국내 일부 금융업체는 지점의 일부를 문화센터로 활용하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계획의 밑바탕에는 낮 시간대 주부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밀착 영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나머지 공간에도 창구 직원을 줄이는 대신 ATM기와 공과금수납기 등을 확보해 여유 인력을 영업과 고객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는 것. 일부에서는 반대의견도 있다. 카드 가입, 펀드 상품 판매 등 상품 권유에서 고객과 대면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 창구서비스라는 논리다. 얼굴을 보면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그러나 입출금 등 단순업무를 위한 공간과 직원을 줄이는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난 금융업계의 공통된 현상이다.

시중은행들은 창구업무 비중을 줄이고 예'적금 또는 대출상품 판매 공간 확보를 위해 지점 인테리어를 바꿔왔다. 단순 업무를 위한 창구 대기용 의자와 순번대기표 발급기 대신 줄서기를 위한 대기선을 만드는 한편으론 '대출룸' '소호룸' 등 별도의 고객상담실을 마련하고 방마다 상담직원을 배치했다.

이 같은 상담직원 확보와 공간 활용 변천에는 수익성 추구의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상위 5%의 고객이 전체 수탁고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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