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동물도 사람과 같이 대해준다면…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다 보면 도심에서 많은 유기동물이 생겨나는 걸 보게 되는데, 하루에도 여러 마리가 오게 된다.

얼마 전, 병원에 유기동물 2마리가 왔다. 그 사연을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 대구시내 한 주택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집 주인이 세입자의 개를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학대하는 것을 세입자가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가해자는 살인죄로 구속됐고, 주인을 잃은 개는 동물보호단체에서 구조하여 보호소까지 오게 되었다. 2마리 중 한 마리가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어서 진단을 해보니 대퇴골두와 골반이 부러져 있었는데, 대퇴골두는 시간이 오래 경과되었고, 골반은 최근의 구타로 골절이 되어 있었다.

아마 오래전부터 계속 구타를 당했던 것으로 보였다.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수술을 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입양을 가게 되었고, 다시는 학대받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보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유명무실할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도 없고 그 현장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주변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조금씩 동물의 보호와 복지에 대해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

최근 아동학대와 같이 인간을 학대하는 사례가 보도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동물을 학대하는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다.

현대의 폐쇄적인 인간관계 속에서의 정서적'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타인 또는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대를 당한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말못하는 동물들은 오죽하겠는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왜곡되어 살인에 이르게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학대를 당한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몇 달 전, 길을 가고 있는데 마당에 묶인 강아지를 향해 돌을 던지는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크게 타이른 적이 있다. 처음에 아이들은 듣기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강아지도 사람이 다쳤을 때와 똑같이 아픔을 느낀다고 얘기를 해주니 강아지를 달래주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갔다.

모든 사람이 동물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동물을 대할 때도 사람과 똑같이 대한다는 생각을 한 번만 한다면 동물을 학대하는 일은 사라지고 동물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