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 (35)한국대중음악계에 던지는 짧은 소리-한국에서 밴드를 한다는 것

TV'라디오도 외면 소개될 기회 없어…다양성 부재의 단면

신인 가수 발굴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더니 기성가수들의 경연이 화제다. 참가한 가수들의 공연은 매진이고 경연에서 부른 곡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침체된 대중음악계가 활기를 찾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아직은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대중음악이 사람들의 관심사였던 적이 언제였던가를 생각하면 반갑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연프로그램이 있다. KBS에서 지난 6월부터 시작한 밴드 발굴프로그램 '서바이벌-탑밴드'가 그것이다. '서바이벌-탑밴드'는 아마추어 밴드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시작부터 700여 팀이 참가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대중들의 관심은 저조한 실정이다. 여기에 몇몇 밴드들의 참가 자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시청률은 낮은데 논란만 있는 프로그램으로 비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미 지난해 EP 앨범(Extended Play Album:정규 앨범이 아니라 4, 5곡 정도가 담긴 미니앨범을 말한다)을 발매하고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록 부문을 수상한 경력의 밴드가 출전을 했다는 점이다. 순수 아마추어 밴드의 경합이라는 프로그램 기획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대중들에게 다가설 기회조차 없었다는 밴드의 변명은 안타깝다. 또 2008년, 일본의 유명한 악기회사에서 선발하는 아시아 밴드 경연에서 최고의 밴드로 선정된 팀도 출전을 했다. 이들의 참가 배경도 마찬가지였다. 음악을 바꾸지 않고 설 무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은 비록 대중친화적인 음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풋내나는 아마추어 음악도 아니다. 평론가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잘 만든 음악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소개될 기회는 전무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온통 계산되고 기획된 음악으로 가득한 TV는 물론이고 라디오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한다. 그나마 그들만의 리그였던 인디클럽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면서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이들은 대개 낮 동안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이 팀들만 그렇다면 인간시대에 나올 법한 청년 휴먼 드라마라도 될 텐데 한국에서 밴드를 한다는 것이 거의 그런 모습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서바이벌-탑밴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다른 경연프로그램만큼 높아졌으면 한다. 밴드야말로 한국대중음악에 다양성을 부여할 거의 유일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부모의 인터뷰처럼 그들이 수상 이후 여전히 할 일이 없다고 느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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