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잘하는 것보다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전면허시험이 대폭 간소화되면서 도로교통공단이 분주해졌다. 응시자의 90% 이상이 합격, 초보운전자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와 교통사고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도로교통공단 주상용(59) 이사장은 여론을 주시하면서 우려불식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주 이사장은 "기능시험을 간소화했지만 면허시험 제도를 축소한 것은 아닙니다"라며 "도로주행시험에서 충분히 운전능력을 검증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면허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면허시험 간소화가 교통사고의 증가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이사장은 '운전면허증을 너무 쉽게 발급받는 것은 아닌지',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것 아닌지'등의 불안에 대해 "기능시험 11개 항목을 2개로 줄였는데 자동차 성능이 크게 개선된 요즘에는 불필요한 기능시험들을 대부분 없앴습니다 "면서 "이를테면 경사로에서 멈췄다가 출발하고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거는 항목, T자 코스에 자동차를 밀어넣는 등의 기능 등은 자동차 성능이 좋아진 현재로서는 필요없는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주 이사장은 또 "경찰청에서 분석한 교통사고 원인의 대부분은 음주운전과 중앙선 침범, 과속 등의 법규위반이지 운전미숙 때문에 일어난 사고는 거의 없었습니다"라며 "운전이 미숙한 초보운전 시절에는 교통사고가 잘 발생하지 않는 반면, 운전경력 5, 6년 이상이 되면서 사고율이 급증하는 통계를 보더라도 '쉽게'면허를 딴다는 이유로 사고가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어요"라고 주장했다.
주 이사장이 제13대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4월 26일. 2010년 1월 서울경찰청장을 끝으로 33년간의 경찰공무원생활을 마무리한 지 1년여 만에 사실상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도로교통공단은 경찰청 산하기관으로 도로교통환경과 교통문화 개선 및 교통사고 예방과 조사지원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어 공단 이사장을 치안정감 출신의 경찰간부들이 맡는 것이 관례다.
주 이사장은 "교통행정은 행정업무 중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행정"이라면서 "서울시내 등 대도시 교통흐름을 제어하고 교통사망사고를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런 일을 도맡고 있는 전문기관이 바로 도로교통공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후 ▷공단 산하의 '교통과학연구원'의 기술력 제고와 ▷공단에 통합된 면허시험관리단을 잘 운용하는 한편, ▷국민들의 교통문화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세상은 교통순경이 제어하던 교통통제 시스템에서 첨단과학을 활용한 자동제어시스템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공단도 그런 교통제어 기술력 제고를 통해 도로상황에 따른 교통흐름 자동 제어 등 통제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주 이사장은 "공단산하의 교육본부와 교통방송을 통해 안전운전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강화, 교통문화를 바꾸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일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홍보 및 계도와 더불어 인공지능형 CCTV 설치 등을 통한 보다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 이사장 취임 이후 교통공단은 과속단속 카메라를 피해가는 자동차를 단속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형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지속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야 교통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주 이사장의 지론이다. 노인과 어린이 및 자전거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교통사고 통계를 감안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논란을 빚었던 '3색 좌회전 신호등'도입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좌회전 신호가 나올 때 좌회전해야 하는데 좌회전 신호를 지키지 않기 때문에 도입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교차로에 '좌회전 위반 감시카메라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조인을 꿈꾸며 대학에 입학한 그는 고시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신문에 난 경찰간부후보생 모집 공고를 보고 경찰에 투신했다고 밝혔다. 1977년 간부 후보 26기로 경찰에 임용된 그는 경찰청 수사국장, 대구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을 지냈다. 특히 그는 대구경찰청장에서 치안정감인 서울경찰청장으로 곧바로 승진한 첫번째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는 1999년 6월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대형화재참사사건과 2006년 '바다이야기'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깔끔하게 처리한 '강골형 수사통'이었다.
경북 울진이 고향인 주 이사장은 대구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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