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석에서] 공포연극 '두 여자'

눈앞에서 펼쳐지는 귀신들의 활보 "영화보다 더 무섭네"

푹푹 찌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맘 때면 역시나 '공포'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제 맛이다. 하지만 영화가 아닌 연극이 공포를 표현한다면 어떨까. 마침 대구 중구 하모니아아트홀에서 공포연극이 공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왠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제목 '두 여자'. 지난해 서울 대학로를 전율케 한 서스펜스 호러연극이라고 한다. 영화 '링'에서나 봄 직한 여자 귀신 두 명이 나란히 서 있는 포스터. 공연 시작부터 으스스하다. 잔뜩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객석에 앉았다.

연극은 어둠 속에서 전화가 울리고 음습한 배경음악과 여자의 울음소리로 시작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두 쌍둥이 자매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복수에 대한 것으로 어느 단란한 집안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이지만 정신병원 화재사건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인명피해가 생겼다는 뉴스를 접한 다음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느닷없이 찾아온 형사에 의해 아내는 점차 동요하면서 미쳐가고 이를 지켜보는 남편과 딸은 불안에 휩싸인다.

확실히 이 작품은 공포 영화와는 다른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극 사이사이에 페이드아웃이 관객의 막연한 공포를 극대화했다. 컴컴한 극장에 앉아 피아노나 빗줄기 소리 등 섬뜩한 배경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별도의 귀신 등장이 없어도 충분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더욱이 조명이 순간적으로 여러 차례 번쩍이면서 거울이나 소파 뒤에서 귀신의 모습이 보이자 여성 관객들은 극장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른다. 바로 앞에서 공포와 불안에 떠는 배우의 표정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다양한 시도도 눈길을 끈다. 피가 낭자한 장면에서 물을 뿌리거나 스크린을 통해 귀신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기존 공포 연극과는 다른 신선함을 준다. 무대장치의 한계 때문에 제한적이고 반복적으로 귀신을 등장시키는 기존 연극과는 다른 것. 장르가 공포인데도 코믹적 요소가 살짝 가미됐다. 남편이 딸을 보면서 "쟤는 왜 그리 귀여운 척 하는 거야"라고 비아냥거리는 장면 등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소리도 터져 나온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포 영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야기 전개가 단순하면서도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쯤 괴담으로 들어봄 직한 스토리 라인이었다. 귀신의 등장도 느닷없이 이뤄져 개연성이 떨어졌다.

공포 연극 '두 여자'는 8월 28일까지 하모니아아트홀에서 공연된다. 평일(화~금)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 7시, 일'공휴일 오후 3시, 오후 6시(매주 수요일 오후 5시 공연 있음). 문의 053)254-7241.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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