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종훈(52)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소장은 '기록의 사나이'다. 우선 성씨 자체가 희귀하다. "아마 행정안전부 내에 감씨(甘氏)는 저 하나뿐일 겁니다. 전국에서도 1만 명이 채 안 되는 걸로 압니다. 맹형규 장관님도 드문 성씨이지만 저희 집안보다는 인구가 2배쯤 된다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재미있는 일도 많지요."
그는 또 유일한 야구 선수 출신 고위공무원이라고도 했다. 대구 대봉초교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는 투수에 4번 타자로 뛰었다. 대건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야구부 입단 테스트에 합격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일찌감치 뜻을 접어야 했다.
"그때 공부를 조금 잘했나 봅니다. 체육을 맡고 계셨던 담임 선생님이 운동보다는 공부가 더 어울린다며 말리시더군요. 선수가 되진 못했지만 지금도 야구를 엄청 좋아합니다. 고향 팀인 삼성라이온즈가 경기에 지는 날에는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진다는 핀잔을 식구들한테 듣기도 합니다. 허허허."
그는 행안부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는 국장일 것이다. 오전 7시에는 어김없이 사무실에 나와 업무를 시작한다. "저희 부서가 서울 중앙정부청사뿐 아니라 전국 지방청사의 관리운영을 총괄하고 있거든요. 비상연락망이 있긴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간밤에 화재 등 사건사고가 없었는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지난 2008년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그는 1985년 기술고시 21회에 합격, 총무처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정부청사관리소장을 맡은 건 그가 두 번째다. "대구 대륜고를 졸업한 뒤 건축가를 꿈꾸며 영남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는데 대학원에 다니면서 제가 형태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형치'(形癡)라는 걸 깨달았죠. 공무원이셨던 선친과 큰형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공무원으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멋있어 보여 진로를 바꿨습니다."
그는 전공을 살려 행안부에서 줄곧 신청사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사무관 시절에는 대전 정부청사의 기획부터 공사 마무리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또 유엔 뉴욕대표부, 제네바대표부 건립에 실무진으로 뛰었고, 2006년에는 세종시건설청의 원년 멤버로 들어가 청사이전단장을 2년 반 동안 맡았다.
"1990년대 초반 당시 대전청사 신축은 요즘의 세종시 이전만큼 큰일이었습니다.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주위의 말씀에 저도 소명의식을 갖고 정말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대전에 가면 감회가 남다릅니다."
대구'창원에서도 추진 중인 지방청사 합동화사업과 내년 말 세종시 1단계 사업의 순조로운 완공이 당면과제라는 그는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한때 아나운서가 되어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는 게 그의 귀띔.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편이라 지난 7월 그의 부임 소식에 여직원들이 아주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술을 잘 못하지만 자주 어울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후배 과장들한테 눈치가 보여 회식을 자주 못하겠어요. 서로 편하게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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