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죠. 하지만 아이디어라는 게 그때 그때 원하는대로 나올 수는 없어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상상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상상력은 주제에 대한 끝없는 몰입에서 나옵니다. 저는 지하철을 탑니다. 서서 눈을 감고 그림을 그립니다. 상상의 그림. 그러면 다 풀립니다. 엄청난 아이디어가 물밀듯이 솟아나오죠."
평생 연구만 하고 산 사람. 포스코 경영연구소의 신현곤(52) 연구조정실장 겸 정보분석실장. 날카로운 눈매와는 어울리지 않는 큰 웃음을 지닌 그와 요즘 젊은이들 이야기를 하다 나온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대중교통만 이용한 덕분에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면접을 보면 요즘 신입사원들은 자신감 가득하고 똑똑하고 역량 있어요. 반면 참을성은 부족하고 끈기가 없어요. 타깃을 정하면 끝까지 파보겠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까. 하지만 다 저에게 맞추기는 어려운 법. 스타일에 따라 미션을 달리하는 식으로 업무를 부여합니다."
석사 취득 뒤 1989년, 포항에서 포스코 산하 재단법인 산업과학기술연구원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경제분석실에서 국내외 경제동향, 경제이슈 분석, 지역경제 모델 등을 연구했다. 연구원만 600여 명에 이르는 그 곳에서 그는 연구역량을 키웠고, 집→회사→집→회사라는 '다람쥐 쳇바퀴'같은 생활을 버텨냈다.
"그때에는 행정 보조직이 타자를 쳐줄 때였어요. 모두가 검지로 타자를 쳤죠. 복잡한 계산은 연구원 스스로 했고, 컴퓨터는 타자용으로만 썼는데…그러고 보니 지금은 천지개벽한 것 같아요."
1994년 포스코는 서울로 진출하면서 경영경제연구소를 분리시켰다. 경영정보와 환경분석을 위해 신 실장이 창립멤버로 왔고 지금은 경영전략과 비전, 경영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만 120여 명, 이들에게 어떤 임무를 맡길지 관장하고 보고받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는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써도 모자랄 지경으로 바쁘다고 손사래를 친다.
신 실장은 "요즘은 EU와 중국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며 "시장으로서나 경쟁자로서나 의미가 크고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이머징마켓과 원료의 흐름도 눈여겨보고 있어요"라며 인터뷰 중간에도 자주 컴퓨터로 눈길을 돌렸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가장 보람있었는지 물었다. "연구결과가 포스코에 반영되어 정책으로 나왔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라며 짧게 대답했다.
"고향 하면…푸근한 느낌이죠. 하지만 요즘 가끔씩 내려가 보면 발전한 것 같기는 한데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고향으로 돌아가야죠."
칠곡 약목 출생인 신 실장은 약목초교, 대구경상중, 영신고를 나와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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