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성인오락실 '우후죽순'…당첨 확률 높여 손님 유혹

대구 2년새 35배 급증…20∼50대 남성 주고객

14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성인오락실. 66.1㎡(20평) 남짓한 공간에 오락기 50여 대가 꽉 차있고 30여 명이 게임기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대부분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은 40, 50대 남성이었고 몇몇 사람은 서너대의 기계를 한꺼번에 조작했다. 수십 대의 게임기에서 나오는 기계음과 이용자들이 내뿜는 담배연기가 뒤범벅돼 눈과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대구시내 성인오락실이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불'탈법 행위가 갈수록 성행하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시간과 인생을 때워요"

달서구 감삼동의 한 성인오락실. 일주일에 4일가량 이곳을 찾는다는 한 남성은"한 번 오면 8시간 이상 머문다. 노동일을 하는데 일감이 없어 여기서 하루종일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성인오락실을 찾는다는 이모(30) 씨는 "갈 때마다 10만원 정도 잃고 오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인오락실을 찾게 된다"며 "한번 성인오락실에 발들이면 마약처럼 끊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성인오락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는 한모 씨는 "회사원,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등 20대부터 50대까지 오락실을 찾지만 돈을 따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심의를 통과한 게임기는 음성적으로 당첨 확률, 게임 진행 속도 등을 개조하기 때문에 업주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짜고치는 고스톱에 속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털어놨다.

대구시와 각 구청, 경찰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대구시내에 성인오락실이 급증했다. 2009년 2곳에서 지난해 18곳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71곳으로 급증했다. 성인오락실이 증가한 것은 각 구청에 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인허가 규정 때문.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최근 경제적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돈 없는 사람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고, 고생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쉽게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인오락실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탈법은 성행, 단속은 뒷걸음

성인오락실의 가장 흔한 불법은 오락기 변'개조를 통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것.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승인받은 오락기는 당첨 확률이 낮아 손님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변'개조를 통해 당첨 확률을 높이면 그만큼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 한 성인오락실 업주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당첨 확률을 높인'영업버전'과 단속을 대비한 '등급버전'이 따로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엔 기술이 발달해 오락기의 버튼만 누르면 등급버전에서 곧바로 영업버전으로 바꿀 수 있다"며 "당첨 확률을 높이면 고객들이 더 많이 몰려 오락실에도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환전 방식도 지능화하고 있다. 당첨시 돈 대신 문화상품권을 주고 나중에 환전소에서 돈으로 바꾸게 하는 방식은 이미 구식이다. 최근엔 문화상품권 대신 완구류와 문구류를 지급하고 있다. 문구류는 은이 첨가된 책받침 등을 사용해 나중에 금은방 등지에서 돈으로 교환하거나 외부에서 환전업자와 만나 바꿀 수 있도록 한 것.

한 오락실 업주는 "5천원짜리 문구류는 금은방에서 4천500원으로 바꿀 수 있다. 책받침 같은 문구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속을 피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성인오락실과 청소년게임방을 대상으로 한 최근 3년간의 단속실적은 2009년 680건, 2010년 340건, 올해 6월 말 현재 135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각 경찰서에 별도의 단속반이 있어 1년내내 단속하고 있지만 워낙 성인오락실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고 있어 불'탈법 행위를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이창환기자'백경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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