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전통시장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과거를 보고 싶으면 박물관에 가면 되고, 미래를 보고 싶으면 대학이나 도서관으로 가면 된다. 그러면 그 나라의 현재를 보고 싶으면 어디를 가야 할까. 바로 전통시장(市場)이다. 전통시장은 서민들의 생활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면 어떤 힘을 느낄 수가 있다. 삶이 고달플 때 전통시장을 한 번 돌아보라. 금세 활기와 생기가 돌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시장에서 삶의 희망을 건져 올린다. 또 수확한 채소와 과실이 곧바로 출하돼 계절의 변화가 바로 피부에 와 닿는다. 가격을 보면 그 작물의 풍작, 흉작 여부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생활에 유용한 정보는 물론이고 세상 돌아가는 민심까지 읽을 수 있다.

이런 전통시장이 하나 둘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치 삶의 한 부분이 잘려 나가는 기분이다.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는 아담한 크기의 목련시장이 있다. 5일마다 열리는 '반야월 장'이 인근에 있지만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전통시장이었다. 이 부근이 혁신지구로 지정되고, 주변에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상인들은 내심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시장이 오히려 고사 위기에 처했다. 70개이던 점포가 50개로 줄고 이마저도 장사가 작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신 대형마트에 눌려 전통시장의 맥이 끊어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통시장이 모두 사양길에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2일 오후, 달서구 서남신시장에서는 '전통시장 가는 날' 선포식이 있었다. 중소기업청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에 온누리(전통시장용) 상품권 구매를 유도하는 날이다. 이날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대형마트와 차별화해서 서민들이 바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13개 기관이 1억 5천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서남신시장은 말이 전통시장이지 쇼핑 환경은 오히려 대형마트보다 낫다. 완벽한 아케이드 시설로 빗물 하나 스며들지 않고 통로도 널찍해 수백 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지만 전혀 비좁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환경이 이러하니 야간에도 손님이 북적인다. 서남신시장은 전통시장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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