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이라는 스캔들/나이토 치즈코 지음/고영란 외 옮김/역사비평사 펴냄
일본이 아이누, 에조(홋카이도)부터 조선과 만주까지 식민지화했던 메이지시대의 신문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문학작품과는 달리, 신문은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만한 큰 사건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텍스트로 전달해야 한다. 또한 그 텍스트에 담긴 암묵적 전제와 결론들은 결코 '독자=미디어' 공동체의 은밀한 욕망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특정한 시대, 특정한 국가의 주요 신문기사들은 그 시대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당대의 미디어 공동체(여기서는 일본제국의 국민들)가 어떤 소식을 듣기를 원했는지 알려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수많은 신문들이 앞다퉈 뱉어낸 속보와 특종, 호외들 속에서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나본다. 조선의 왕비가 일본 낭인의 칼에 죽임을 당했다. 일본인들은 어떤 뉴스를 접했을까? "왕비가 궁녀 두 명과 함께 살해당한 뒤 그 사체는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는 점이 명백해진 바, 왕비의 서거가 발표되었다. 하수인 가운데는 양복을 입고 일본도를 찬 자들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 (요미우리신문 1895년 10월 15일 '왕비의 서거를 발표하다' )
서구 열강의 선진 문명을 한 발 앞서 받아들인 일본은 빠르게 '문명=남성=합리=위생'의 지위를 쟁취했고, 아이누'에조'조선은 '야만=여성=불합리=병과 피'의 이미지로 부풀렸다. 이 스테레오 타입은 문명화된 일본이 야만인들을 보살피고 구원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주권을 빼앗은 장본인이라는 떳떳지 못한 느낌을 뇌리에서 지워버릴 수 있었다. 438쪽, 1만8천500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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