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는 우리 학교의 자부심이었는데, 지금은….'
중'고교 운동부가 힘에 겹다. 각종 재정 지원이 줄어들고, 교육 당국의 운동부에 대한 정책은 오락가락하고, 학생들의 무관심은 이미 도를 넘어버렸다. 힘이 쭉쭉 빠진다. 이에 더해 그나마 유지하던 중'고교 운동부가 사라지고, 대학팀'실업팀'프로팀 등 향후 둥지를 틀 곳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구의 유일한 대학 여자 축구부인 영진전문대학 축구부가 내년부터 없어진다는 소식도 안타깝기만 하다. 이 학교를 나온 송선영 동부고 여자 축구부 코치는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 축구의 위상은 더 높아지고 있는데, 현실의 여건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인기 구기종목에서도 중'고교 운동부가 많이 줄었다. 예전의 3분의 2 정도 수준으로 보면 된다. 대구경북에서 주요 5개 단체 구기종목을 운영하는 학교들은 을 참고하면 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파이팅 넘치게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운동부들이 아직 많다. 대외적으로 그 학교를 대표하고, 학생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그 옛날(1970~1990년대) 운동부들이 그리운 것은 위축된 운동부의 현실 탓일까?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고교 남자배구의 자존심, 경북대사대부고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 대구여고 노진수 감독, 현대캐피탈 박철우 선수 등등. 경북대사대부설고 배구부가 낳은 걸출한 스타들이다. 1953년에 창단해 지금까지 지역의 명문 고교 배구팀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아직도 잘하고 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오는 10월 전국체전과 내년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 입상을 바라고 있다. 현재 1, 2학년 선수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내년에 이들이 2, 3학년이 되면 기량이 한층 성장할 것으로 코치진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경북대사대부고 배구부는 1학년 3명, 2학년 5명, 3학년 5명으로 구성돼 있다. 11일 기자가 배구부를 찾았을 때는 1학년 김진홍(172㎝'세터)'김동권(176㎝'리베로)'정수용(195㎝'레프트) 선수와 2학년 석정현(204㎝'라이트)'이창진(195㎝'레프트)'이창도(194㎝'센터)'서영철(183㎝'세터)'김상돈(180㎝'리베로) 선수, 그리고 3학년 여종현(182㎝'세터)'이진우(185㎝'리베로)'신재호(180㎝'레프트) 선수가 연습 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프로 입단이나 대학팀에 스카우트되기는 쉽지 않다. 장래가 보이는 몇몇 선수들은 이미 스카우트 제의가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싸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교 선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이를 악문다.
현재 전국 남자 고교 배구부는 대구경북 3곳을 비롯해 서울 2곳, 인천 1곳, 경기 5곳, 타 시'도 10곳 등 20개교에 이른다. 하지만 대학 팀은 10곳밖에 되지 않고, 프로 입단은 몇몇 선수들에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예전에 경북대 등에서 대학팀을 운영했으나 이제는 아예 없다.
경북대 대학팀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박원길 감독은 "중학교 때부터 선수 선발을 잘해야 하는데 배구팀이 갈수록 없어지다 보니 유망주 발굴이 쉽지 않다"며 "그래도 올해 말부터 옛 영광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교 출신의 곽병원 교장은 "학교나 동창회 차원에서도 배구팀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여자축구의 희망, 동부고
1997년에 창단한 동부고 여자 축구부. 너무 안타까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14년 동안 선수들을 발굴하고 지도해 온 김규식 감독은 "매년 각종 대회에서 준우승과 3위는 차지해 봤지만 우승은 아직 한 번도 못해봤다"며 "올해도 난관이 많겠지만 오는 10월 전국체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13일 오후 동부고 여자 축구선수들을 만났다. 놀라운 것은 의외로 선수층이 두터웠다는 사실. 27명의 선수들이 있었다. 여자 고교 축구부 중에는 강팀이다. 올해 역시 울산현대정보과학고와 경기오산정보고에 전력상 다소 밀리지만 4강에 들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6세 이하 ,U-17 여자월드컵 대회 우승의 주역인 신담영(3학년) 선수도 함께 체력훈련을 하고 있었다. 신 선수는 "앞으로 우리나라 여자 축구의 기둥이 되고 싶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동부고 여자 축구부에는 특이한 선수들도 많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 중 두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장인 이혜진(3학년)과 동생 이혜경(1학년) 선수, 그리고 쌍둥이인 도영미'영선(3학년) 선수가 주인공이다. 별명이 노사연인 분위기 메이커 김아름(2학년) 선수도 있었으며, 언니와 남동생도 축구선수인 축구가족 김아리(2학년) 선수도 있었다. 배구 선수 출신의 이성현(1학년) 선수도 축구가 좋아 종목을 바꿨다고 했으며, 공부를 잘하는(반에서 최상위권) 김연주(2학년) 선수도 축구가 더 좋다고 했다.
재기 발랄한 여고 축구부 선수들. 하지만 주변의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신기중학교 축구부가 없어진 지 오래됐으며, 대부분 상원중학교 출신이 많았다. 역시나 선수 발굴이 쉽지 않았다. 국내 대학팀은 5개, 실업팀은 8개인데 탄탄대로로 가는 선수들은 많지 않다. 특히 지역 유일의 대학팀인 영진전문대학 축구부가 사라지게 돼,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꿈을 놓지 않고 있다. 비가 오는데도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축구장으로 뛰어나가 연습을 시작했다. 희망을 담은 슛을 멋지게 날리면서.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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