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읽기]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세상은 평평하다』

『세상은 평평하다』 토마스 프리드만 저(2007, 피카도르 출판사)

The World Is Flat 3.0: A Brief History of the Twenty-first Century

국내 한 대기업의 해외 직원 수가 국내 직원 수보다 많은 1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 대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해외 인력이 역전된 상황이다. 해외 인력을 확충하고 현지 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의 견제를 돌파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지만, 국내 청년 실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엄청난 규모를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유야 어떻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과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질 테지만, 그것이 곧 국내 고용의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뉴스에 따르면 대학 및 관공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단다. 한 대학의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평균 800장의 식권을 판매하는데 그 중 20% 정도가 직장인 등 외지인들에게 나간다고 한다. 월급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점심값을 감당하지 못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반면, 올 상반기 승용차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불안정한 경기 속에서도 자동차 수입은 1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8.1% 늘어난 5만5천 대를 수입했다고 한다. 점심 밥값을 절약하려는 직장인들의 노력과 수입자동차의 확대가 같은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부가 늘어가고 일부 계층에서 생활의 여유가 넘쳐나는데, 보통사람들의 일상은 예전보다 팍팍하다. 4%의 실업자, 8%의 청년실업자, 20%가량의 영세 자영업자, 전체 임금 근로자 45%가량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삶은 고단하다. 반면 전문직 종사자, 공기업 및 대기업의 종사자, 전 국토의 87%를 소유하고 있는 5% 남짓의 부동산 소유자들의 세상엔 풍요가 넘쳐난다. 양극화는 경쟁과 효율, 승자 생존의 시장 논리의 직접적인 결과이지만, 한국의 경우 각종 불합리한 장벽과 우월한 지위에 있는 집단에 의한 불공정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때문이기도 하다.

인구의 이러한 양극화는 사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화, 기술변화, 글로벌 무한경쟁 등으로 인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토마스 프리드만의 의 '세상은 평평하다'는 풍부하고 선명한 예시로 세계화가 지구 구석구석의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고 있는지 보여준다. 비판적인 시각에서의 일독을 권한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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