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주부 황주은(가명) 씨는 얼마 전부터 눈이 건조해서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쓰라리고, 말을 할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단순히 건조한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해 안과에서 처방받은 안약을 넣고, 물을 많이 먹으면서 지냈다. 하지만 증상은 더욱 심해져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됐다. 동네 병원을 찾아 당뇨병 검사를 받았지만 정상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던 황 씨는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다. 여러 가지의 검사 끝에 '쇼그렌 증후군'이라는 낯선 병명을 진단받았다.
쇼그렌 증후군은 '눈물이 나지 않는 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1933년 스웨덴 의사인 헨릭 쇼그렌(Henrik Sjogren)이 처음 발견한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구강 건조와 안구 건조 증상이 주로 나타나서 '건조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인체 면역시스템이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동해 점액질 분비샘, 침샘, 눈물샘을 포함하는 시스템을 손상시켜 눈물과 침의 생성이 점차 줄어들어 건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단 눈물과 침이 마르는 것이 주 증상.
하지만 피부, 기관지와 여성의 질 점막, 폐, 신장에도 침범해 여러 증상을 낳을 수 있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염증성 질환), 전신성 경화증이나 피부 근염과 같은 다른 류마티스 질환도 동반하는데 이를 '2차성 쇼그렌 증후군'이라고 한다. 반면 쇼그렌 증후군의 여러 증상만이 나타나면 '1차성 쇼그렌 증후군'이라고 한다. 남자보다 여자에서 9배 이상 높게 발생되고, 40대 이후 중년 여성에게 잘 발생한다. 발생 비율은 여성 인구 1만 명당 8명 정도로 추정된다. 생각보다 많은 환자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왜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소뿐 아니라 호르몬,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 신경계, 자가면역 항체들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정확한 원인과 진단기준 마련도 어려워
이 때문에 아직까지 진단법에도 공통된 의견이 없다. 일단 쇼그렌 증후군 증상이 의심되면 비정상 자가항체가 있는지를 혈액검사로 알아보고, 안구나 구강의 건조증 정도를 결정하는 검사를 한다. 때로 구강조직 생체검사로 더 정확히 진단한다.
공통된 증상으로는 ▷바싹 마른 입 ▷타는 듯한 혀와 목 ▷씹거나 삼키기 어려움 ▷모래가 있는 듯한 눈 ▷충치 ▷관절통 ▷소화장애 ▷피부 건조 ▷마른 코 ▷폐 장애 ▷질염 ▷근육 약화 ▷신장 장애 ▷과도한 피로 등이 있다.
신체 기관이나 장기별로 각기 다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안구 건조증이 가장 흔하게 온다. 보통 대수롭지 않게 시작돼 몇 년 이상 기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한다. 눈이 뻑뻑한 느낌 외에 가려움증, 충혈, 눈부심 등이 있을 수 있다.
구강 건조증은 주로 밤과 아침에 입이 마르는 현상을 나타낸다. 이 외에도 음식물의 맛이 변했다고 느끼거나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입이 건조하다 보니 충치와 치주염이 잘 생기며, 소화 장애도 올 수 있다.
호흡기의 경우, 가장 흔한 증상은 마른기침이다. 분비물 감소로 가래 배출의 장애, 호흡곤란 등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피부의 땀샘 분비 기능 저하로 인한 피부 건조증과 여성의 경우 질 분비물 감소로 질염이나 성교통이 생길 수 있다. 폐, 신장, 혈관염 등이 발생하기도 하며 말초신경 장애로 인해 손'발저림 증상이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자기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
현재로선 완치시키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치료의 주목적은 증상의 완화와 합병증의 방지에 있다.
구강 건조 증상이 있는 환자는 항상 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입이 마르지 않도록 하고, 구강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1차성 쇼그렌 증후군'인 경우, 눈에 인공 눈물을 정기적으로 넣고 식사 때와 평상시에도 물을 자주 마시며, '2차성 쇼그렌 증후군'의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보존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감기약과 항우울제를 비롯한 일부 약물들은 구강 건조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뒤 복용해야 한다. 구강 건조 증상이 심하거나 전신 피로감, 관절 증상이 있는 경우, 혈관염이나 폐, 신장, 신경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쇼그렌 증후군은 자기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 치료 효과가 뚜렷한 약이 아직 없지만 생활 조절로도 증상을 어느 정도 개선시킬 수 있다.
한편 전신 증상을 보이는 쇼그렌 증후군 환자 중 4~6% 정도는 림프종(임파선암)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정윤 교수는 "쇼그렌 증후군 증상이 전신에 나타난 뒤 5년이 지나면 5배, 10년 지나면 10배, 15년이면 20배나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다"며 "임파선이 붓는 경우 즉각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쇼그렌 증후군 환자의 자기관리 방법
1. 안구 건조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인공눈물을 사용한다.
2. 평소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한다. 레몬쥬스는 침샘에서 침의 분비를 자극해 구강 건조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3. 피부 건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뜨거운 물로 샤워를 피하고 비누 사용을 가능한 한 줄인다.
4. 담배는 구강 건조를 악화시키고 기관지 점막에 손상을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5. 겨울철처럼 실내 건조가 심할 때 가습기로 적정 습도를 유지하고, 히터나 에어컨의 바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6. 콧속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생리식염수를 콧구멍에 조금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7. 구강 건조로 인한 치주염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구강 세척제를 자주 사용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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