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연의 포도그림에서는 극사실이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흐리게 하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포도알 속의 알갱이는 빛을 받아 반투명하며 실제의 포도보다 오히려 더 포도같은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그 아찔한 묘사는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한국화단에 극사실주의가 부상한 건 1980년대이지만 흐름을 형성하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미술시장이 부상하면서 현대인들의 동시대성에 가장 근접한 시각예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는 1960년대 후반 추상표현주의에 반하여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미술 사조 중 새로운 경향의 슈퍼리얼리즘이 나타났다. 이는 팝 아트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미국적인 리얼리즘으로, 우리 눈앞에 늘 있는 이미지의 세계를 반영하는 미국적 즉물주의가 만들어낸 발상이다.
여기에 한국적 정서가 결부되어 오늘날의 극사실 흐름을 만든 것이다.
최근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 환경의 발달로 더욱 극단적인 기법의 극사실회화가 주목받고 있으며, 김대연의 포도그림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고화질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세대답게 더욱 매혹적으로 비춰지는 포도, 실제보다 더 느낌을 주는 일루젼으로 표현한다.
김대연의 객관적이고 박진감 있는 묘사는 극사실주의자들의 중립성에 기초하지만 색채와 형태의 독자적인 배치, 서로 다른 색채와 빛의 표현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미학을 확보한다. 단순히 포도를 똑같이 그렸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의 여백을 남겨두고 있으며 이는 김대연의 힘이다. 김대연의 포도, 언제나 젊음이다.
김성락 아트갤러리청담 대표
▶ ~31일 아트갤러리청담 054)37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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