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상동 상동교 인근 신천물놀이장. 방학을 맞은 중'고교생과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 등 시민 20여 명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갑자기 상동교 아래에 세워져 있던 굴삭기와 불도저가 엔진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중한 쇠 삽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굴삭기와 물놀이장에 있는 시민들과의 거리는 4, 5m에 불과했다. 불도저는 아예 시민들이 있는 물놀이장 안으로까지 진입해 마구 휘젓고 다니며 흙탕물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물놀이객들은 깜짝 놀라 황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5살 된 아들과 더위를 식히러 왔다는 김수정(30'여'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물놀이장을 개장해 시민들을 입장시켜 놓고 갑자기 굴삭기가 들이닥쳐 보수작업을 했다"며 "물놀이장 안에 사람이 몇 명 없다고 아예 무시한 채 안전장치나 차단장치도 없이 공사를 해 불안했다"고 불평했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물놀이장을 찾은 최석준(15'대구 동구 신암동) 군은 "'보수작업을 하니 잠시 피하라'는 얘기도 없었다. 소음에다 물놀이장에 공사장과 분리하는 안전선도 표시돼 있지 않아 물놀이를 하는 내내 신경이 곤두섰다"고 말했다.
이날 공사는 물놀이장 양쪽 둔치 사이를 가로지르는 임시교량 설치공사였다. 대구시시설관리공단이 최근 한 달 동안 계속된 폭우로 가천교에서 흘러내려오는 하천수의 유속이 빨라져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유속 줄이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시민은 "물놀이장 안전을 위해 공사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이용객이 있는 곳에 아무런 안전조치도 없이 막무가내로 공사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구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물놀이장은 개장한 16일과 17일엔 이용객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에 보수작업을 할 수 없어 대신 안전선을 설치해 임시교량 작업현장에 시민들이 출입하는 것을 통제했다"며 "지난 폭우의 영향이 지속돼 부득이하게 물놀이장 개장 이후에도 보수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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