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비는 한잔 술도 허투루 마시지 않는 법"

영주 소수서원 '향음주례' 재현…국토대장정 성균관대생에 시연

18일 영주 소수서원 충효교육관에서 열린
18일 영주 소수서원 충효교육관에서 열린 '향음주례' 행사.

조선시대에는 술 먹는 예절을 각 지방마다 향교(현재의 공립중고교)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행하도록 했다. 그래서 선비들의 음주문화는 절도있고 품위가 있었다. 요즘 대학생들이 과도한 음주로 인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선비들의 주법은 '술은 어른들에게 배워라. 독한 술은 먹지말라. 자기 기분대로 먹지말라. 술잔은 조용히 놓아라. 마음을 가다듬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술을 가르치고 배워라'로 요약된다.

영주에서 옛 선비들의 정통 음주 예법을 대학생들에게 재현한 향음주례(鄕飮酒禮) 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성균관대학은 18일 오후 2시 영주 소수서원에서 도포를 차려입은 지역 유림과 대학생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술 예법 강의와 향음주례 시연 행사를 가졌다.

유교 육례(六禮)중 하나인 향음주례는 유생들이 그 고장의 연장자들에게 술을 대접하는 예법을 배우는 의례로 고려말과 조선시대 보급됐으며 조선시대 향교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일제강점기 때 맥이 끊겼으나 서정기 동양문화연구소장이 해방 이후 복원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성균관대 총학생회 주최로 1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소수중학교에서 소수서원까지 3㎞ 도보행군을 마친 뒤 지역 유림들과 상견례를 갖고, 문성공묘당에 참배한 후 충효교육관에서 1시간 동안 향음주례에 관한 강의를 듣고 강학당에서 도포를 차려 입은 김주영 영주시장과 지역 유림들에게 술 대접을 받는 것으로 이어졌다.

향음주례는 국가에서 술 먹는 법을 세워서 각 지방의 향교에서 가르치고 행하도록 했다. 선비들은 '정신을 잃지 말라, 긴장하라, 윗사람에게 공손히 받아라, 아랫사람에게도 공손히 내려라, 처음 술은 친구들과 먹지말라, 의복을 갖추고 먹어라, 장소를 가려 먹어라, (실수하지 않게) 적당히 먹어라, 맑은 술을 먹어라, 빈속에 먹지 말라'는 주법을 지키며 우아하게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 마영숙(22) 씨는 "술 예법을 배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며 "옛 선조들은 술을 먹을 때도 어른 밑에서 배워 실수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주영 영주시장은 "조선시대 4천여 명의 선비를 배출한 소수서원 강학당에서 향음주례 행사를 갖게 돼 뜻이 깊다"며 "학생들이 옛 선현들의 음주문화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은 "대학생 술 문화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많이 바뀌길 기대한다. 이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운치있게 술을 마시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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