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매너리즘

며칠 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한 포럼에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적인 천재도 10개 아이디어 중 한 개만 성공하는데 우리는 천재 한 명이 아이디어 하나 냈다가 실패하면 매장당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이야기이다. 실패할까봐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거나 힘의 논리에 눌려 엄청난 반전 인생이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시도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는 우리의 희망과 꿈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짓밟고 있다. 결국 청년들이 학업을 마쳐도 전공과는 별개로 살게 된다. 오죽하면 '공무원 준비를 하거나 그러지 않거나'로 구분이 되겠는가.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고 자신이 꿈꾸던 그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 보자. 뭐가 두려운가. 오페라의 유령이나 에비타 등을 연출해 브로드웨이의 전설 '해럴드 프린스'(Harold Prince)는 "지금의 날 만든 건 내가 저지른 실수들이다. 성공보다는 실패해야 생각을 다듬을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지금 저지르는 실수 때문에 속상해하지 말고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삶에 크나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는 이야기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말이 있다. "어차피 국방부 시계는 계속 돌아간다. 조금만 참자." 그러나 국방부 시계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 인생의 시계도 그 무엇보다 빨리 돌아간다는 걸 우리는 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누구도 타임머신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걸 안다면, 그리고 지도를 잘못 그리면 지형을 지도에 맞추는 것보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게 빠르다는 걸 알고 있으면 나이가 적든, 적지 않든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길을 되돌아보고 잠시만이라도 고민해 보자. '나는 지금 내 삶의 모습이 일정한 형식이 습관적으로 되풀이돼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진 않았는가' 또는 '나는 내가 하는 실수나 실패가 두려워 정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어차피 나의 두뇌에 누군가가 들어와서 정리를 해주거나 나의 행복의 기준, 삶의 가치척도를 매일 체크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소심해하거나 헤매지 말고 멀리 밖을 내다보며 시야를 최대한 넓혀보자.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지금까지 고수해온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변화를 꾀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이 사회의 현상유지 경향이나 자세를 조금만 틀어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져들지 않기를 필자를 비롯해 다 같이 한번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정인(뮤지컬 음악감독)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