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당(糖)을 잡아라.'
유통업체들이 당도 높은 과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 기간이 길고 잦아진 비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하자 수박, 자두, 복숭아 등 제철과일의 단맛이 떨어진 데다 가격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산 과일 판매량이 줄고 키위, 바나나 등 수입산 대체 과일 매출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달달한 제철과일을 찾아라
대구백화점은 족집게 전략으로 난국(?)을 넘고 있다.
제철과일은 수확과 동시에 출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난해보다 강수량이 3배나 많은 올해는 기상예보를 토대로 비 오기 전 미리 수확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저온창고에 보관해 둔다거나, 복숭아, 자두와 같이 빨리 물러지기 쉬운 과일은 산지 직거래를 통해 물류 배송시간에 맞춰 그때그때 확보해 두는 방법으로 당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과일매장에 고객들이 버튼 하나로 당도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당도계'를 비치해 신뢰 마케팅을 펴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품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제철 과일을 대상으로 비파괴 당도검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재배농가의 수확시점을 늦추는 한이 있어도 선별된 상품만 들여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연창모 상품기획자는 "과일이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상황이 평년보다 좋지 않은 데다 장마와 폭우로 당도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올해는 추석이 열흘 정도 앞당겨지면서 선물용 과일물량 확보도 같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백화점은 아예 바이어들이 전국 과일별 산지를 돌면서 산지 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청과바이어 경력 12년차 박동만 씨는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온 뒤에 갑자기 날씨가 무더워질 경우 상품의 신선도는 물론 당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며 "가급적 장마 피해가 적은 산지를 찾아 특등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사후관리와 책임전담제 시스템으로 당도 높은 과일 확보에 힘쓰고 있고, 홈플러스 역시 과일 신선도와 당도 관리를 위해 수확한 과일을 24시간 내 운송, 품질검사, 상품화 작업 등을 거치고 있다.
◆수입산 과일 반사이익
주부 이지영(39'남구 대명동) 씨는 지난주 집 근처 마트 수박 코너에서 발길을 돌렸다.
한 통에 1만5천원이 넘는 수박은 사지 못하고 대신 한 망(6개입)에 4천500원인 오렌지와 한 송이에 4천원인 바나나를 골랐다. 이 씨는 "올해 3월에 사과 한 상자를 산 것과 간간이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빼면 국산 과일을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며 "대신 값싼 수입산 과일을 식탁에 올렸다"고 말했다.
수박 등 제철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산 과일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진 제철 과일보다는 키위 등 당도가 높은 수입 과일의 매출이 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수박 가격은 지난해보다 35%, 참외는 46.9%(대형마트 기준) 오르는 등 대부분의 국산 과일값이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오른 제철 과일 대신 골드키위, 체리, 바나나 등 수입산 과일의 매출이 예년에 비해 20%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과일값 폭등 현상은 무엇보다 지난겨울 한파와 올 4, 5월까지 이어진 이상저온 탓에 국산 과일 출하량이 줄어든 때문.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수박의 6월 도매시장 입고량은 지난해 6월보다 11% 정도 줄었고 포도 역시 올봄 냉해 피해로 생산량이 9%가량 감소했다.
대구백화점 식품매입팀 이상현 과장은 "긴 장마와 이상저온 현상 탓에 여름 제철 과일의 출하가 늦어지고 산지 출하량이 감소, 가격이 오름세"라며 "수입 과일은 가격변동이 상대적으로 적고 당도가 좋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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