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 대구세계육상 기준기록 통과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프리카공화국)가 마침내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준 기록을 통과, 2011 대구 세계대회 출전의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피스토리우스는 20일 이탈리아 리그나노에서 열린 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 45초07을 작성하며 2011 대구 대회 A 기준 기록인 45초25를 가뿐히 뛰어넘어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자력으로 거머쥐었다.

피스토리우스는 18일 이탈리아 파두아에서 열린 육상 대회에서 46초65로, 기준 기록에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2011 대구 대회를 앞두고 기준 기록 통과의 마지막 기회였던 리그나노 대회에서 결국 성공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틀 사이에 기록을 무려 1초58, 종전 개인 최고 기록(45초61)을 0.54초나 앞당기는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의 열망을 현실로 엮어냈다.

국제육상연맹(IAAF) 규정에 따라 국가별로 종목당 A 기준 기록 통과자 중 최대 3명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시킬 수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피스토리우스는 2011 대구 대회에 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남아공 선수 중 현재까지 A 기준을 통과한 선수는 L.J 반 질(44초86)뿐이다. 피스토리우스가 이번 대구 대회에 출전하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일반 선수와 경쟁하는 최초의 장애인으로 기록된다.

메이저 대회에서 비장애인과의 경쟁을 위한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사는 멀고도 험했다.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어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해 양다리에 모두 의족을 단 피스토리우스는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발휘하며 세계를 감동시켜왔다. 탄소 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를 붙이고 경기에 나서 '블레이드 러너'로 불리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남자 100'200'400m를 석권하는 등 장애인 중에선 적수가 없을 정도로 절대 강자였던 피스토리우스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비장애인 선수와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줄곧 기준 기록 통과에 도전해 왔다. 원래 베이징 패럴림픽이 아닌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려 했지만 당시 A 기준 기록에 0.7초가 모자라 눈앞에서 올림픽 티켓을 놓쳐버렸고, 기록 순으로 6명을 뽑는 1,600m 계주 대표팀에도 포함되지 못해 패럴림픽 3관왕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3월 45초61을 찍어 B 기준기록(45초70)을 통과, 다시 용기를 얻은 뒤 이달 12일 미국 뉴욕의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400m 결승에서 세계 최강 제러미 워리너(미국'45초13), 저메인 곤살레스(자메이카'45초16) 등과 경쟁해 45초69의 기록으로 당당히 5위에 오르며 다시 2011 대구 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의 꿈을 되살렸고, 20일 결국 A 기준 기록을 통과하며 '꿈에 그리던' 감동의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