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대구시민들의 안식처인 시립공원묘지 봉안당(납골당)이 내년 말쯤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지만, 대구시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코앞으로 닥친 시설 포화=19일 오후 칠곡군 지천면 낙산리 대구시립공원묘지 봉안당. 유골을 봉안하려는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봉안당 내부에는 빈 안치단을 찾기 힘들었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이곳에 봉안된 유골은 모두 1천345구. 하루 평균 7, 8구가 봉안되고 있다. 이날 부친의 유골을 봉안한 강모(38'여) 씨는 "유골을 모시는 비용은 저렴한데 원하는 자리를 받을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1만7천612구를 봉안할 수 있는 제2봉안당은 이미 1만7천396구가 봉안돼 빈자리가 216구밖에 남지 않았다. 1만1천242구 중 7천913구를 봉안한 제1봉안당도 앞으로 5천864구가 들어서면 만장이다.
대구시민들이 시립 봉안당을 선호하는 것은 저렴한 비용 때문. 대구시민이면 10년 동안 9만5천원을 내면 유골을 봉안할 수 있다. 사설 납골당의 경우 적게는 60만~8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 든다. 일부 고급 사설 납골당의 경우 400만원 이상 들어야 한다.
대구시는 기존 제2 봉안당 1개 층을 증축해 1만구 자리를 더 확보하고, 인근 부지 1만7천㎡를 사들여 봉안당 2개 관을 더 지어 6만구를 더 봉안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현재 봉안 추세가 이어진다면 20년간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화장장과 봉안시설, 장례식장, 자연장 등을 갖춘 종합장사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대구시내 2, 3곳 정도를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설득이 숙제=시립 봉안당 증축이나 신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 반발이다.
시 관계자는 "쓰레기매립장처럼 봉안당 증축이나 신축도 오래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는 해당 부서 실무책임자들의 잦은 교체와 시의 의지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실토했다.
시는 2006년부터 봉안시설 확장을 추진해왔지만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봉안당 신축을 위해 올해 1월 공원조성변경협의 신청을 했지만 칠곡군은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낙산리 주민 200여 가구는 현재 공원묘지 입구 곳곳에'대구시 납골당 증축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낙산리에 도시가스 공급 ▷시립공원묘지 주차장 확대 ▷그린벨트 해제 ▷칠곡 군민들의 장사 시설 이용시 대구시민과 동일한 혜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낙산1리 김정일(70) 이장은 "대구시는 2002년 제2 봉안당 건립 당시 제시했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믿을 수가 없다. 우선 도시가스 공급 등 약속을 지켜야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시립공원묘지 진입로와 주차장 조성,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3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시가스 공급 문제는 경북지역 도시가스 공급자와 협의가 필요하다.
대구시 관계자는"봉안당 증축에 들어가는 예산은 10억원이지만 마을 도시가스 공급에만 30억원이 넘게 들어간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가능하면 수용하는 방향으로 주민들과 협의해 봉안당 부족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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