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500품 결제됐습니다."
19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 본동종합복지관 나눔터. 저녁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민정(37) 씨가 냉장고에서 두부와 감자를 꺼내 계산대로 향했다. 김 씨는 지갑을 꺼내지 않았다. 단지 "김민정이요"라며 자신의 이름만 불러줬다. 그러자 김 씨의 이름 앞으로 쌓여있던 '품' 마일리지가 2천500품 차감됐다. 김 씨는 "간단한 장을 볼 때 참 유용하다"며 "내가 일한 품으로 장을 볼 수 있으니 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침체된 대구 경제를 살리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화폐'가 주목받고 있다.
본동종합복지관이 2005년부터 시작한 지역 화폐 사업인 '늘품'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현재 850명.
품을 이용한 거래 건수는 하루 100건에 이르고 지난 7년간 쌓인 품은 1억7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이용이 활발하다.
본동복지관 관계자는 "늘품은 노동력이나 물건을 이용해 품을 벌고 그 품으로 다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지역화폐운동"이라며 "선조들의 협동 문화인 품앗이를 부활시켜 이웃들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기 안양의 '고잔 품앗이', 경남 진주 '상봉레츠', 서울 송파구 '송파품앗이' 등 30여 개의 지역화폐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하지만 '늘품'은 회원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회원들은 복지관에서 도시락배달, 카페서빙 등을 통해 시간당 2천500품을 번다. 또 품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나눔터'에서 물품을 팔아도 품을 벌 수 있다. 이날도 한 회원이 가져다 놓은 강화도 순무김치와 감자가 나눔터 한쪽에 놓여 있었다.
이렇게 획득한 품은 다시 나눔터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복지관의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데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복지관의 교육프로그램을 50%까지 품으로 낼 수 있어 사교육비를 절감하는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경애(39'여)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나눔터에서 일을 하고 품을 받는다"며 "밸리댄스 같은 아이들의 교육프로그램에 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늘품'이 다른 지역화폐와 달리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각종 소모임을 통해 유기체적인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구, 서예, 토피어리 만들기, 기타배우기 등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어 회원 간에 단합이 잘 된다.
본동종합복지관 곽영철 사회복지사는 "회원 중에는 자신이 번 품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품 기부'를 하는 분도 많다"며 "회원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화합도 도모할 수 있어서 회원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지역화폐운동-지역화폐는 1983년 공군기지 이전과 목재산업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던 캐나다 코목스밸리의 마이클 린턴이'레츠'(LETS: 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3천 개 이상의 지역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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